햇멸치가 많이 나왔으나 품질이 떨어져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추석 대목이 코앞인데 말이죠.
손가락 하나보다 작은 멸치는 참 쓰임새가 많습니다. 마른 멸치는 볶아서, 조려서, 젓갈로 담아 먹기도 하고 고추장에 푹 찍어 그대로도 먹습니다. 맛도 좋고 영양 덩어리라 세계적으로 멸치를 많이 먹을 것 같지만, 주요 소비국은 한국과 일본 정도랍니다.
다만 일본은 한국 멸치보다 더 작은, 가늘고 손톱만 한 ‘지리멸치’(세멸)를 주로 먹습니다. 한국에서는 볶음용으로 많이 쓰이죠. 한국에 수요가 많아 중국산 멸치가 들어오기도 했으나 품질이 떨어져 외면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멸치 주산지는 경남 마산 통영, 전남 여수 완도 등 남해안 일대로, 전통적으로 품질 좋은 멸치가 많이 나는 곳은 통영과 완도입니다. 물론 경남 사천이나 남해 등지에서 나오는 일명 ‘죽방멸치’는 ‘왕중왕’으로 꼽히죠. 이 멸치는 값이 비싸 ‘귀족 멸치’라는 별칭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잡는 방식에서 다른 멸치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멸치의 길목을 막아 스트레스를 적게 받도록 해서 잡은 것이 맛이 좋다고 합니다. 반면 배 2척이 그물을 끌어 잡는 일반 멸치는 이리저리 뒤섞이기 때문에 품질이 약간 떨어집니다.
동해안 멸치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즘은 수온이 상승해 경북 포항 등지에서도 잡힙니다. 그런데 이 멸치는 남해안산에 비해 마르고 색깔도 약간 까맣죠. 상품성이 떨어져 식당 등에서 볶음용으로 많이 팔리는데 값도 남해산의 절반 수준입니다.
할인점에서 멸치는 대표적 효자상품입니다. 사철 내내 팔리기 때문이죠. 그러나 역시 설과 추석 등 명절에 잘 나갑니다. 그 중에서도 햇멸치가 나오는 추석이 최대 대목이죠. 이번 추석에는 멸치를 많이 사, 어민들의 고통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네요.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