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가 시작됐다.
휴가를 다녀온 뒤 무기력증에 빠진 직장인들에겐 꿀맛 같은 연휴다. 휴가를 아직 가지 못한 사람들은 이번 징검다리 연휴를 더욱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광복절 연휴기간 사람들이 붐비는 피서지 대신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수도권 근교의 역사와 문화공간을 찾는 것도 좋을 듯싶다.
명성황후 동상(앞), 명성황후 생가 전경 -사진제공 경기 여주군
▽‘조선의 국모(國母)’가 잠든 여주=경기 여주군 여주읍 능현리에는 명성황후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여주군은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11억원을 들여 안채만 남아 있던 생가터에 행랑채와 사랑채, 별당채 등을 모두 복원했다.
여주군은 조선시대에만 7명의 왕비를 배출한 ‘왕후의 고장’. 명성황후를 비롯해 태종 이방원의 왕비인 원경왕후, 숙종의 인현왕후 등이 모두 여주 출신이다.
그러나 현재 명성황후의 생가를 제외하곤 왕후들의 생가는 흔적도 없다. 이 때문에 여주군은 명성황후 생가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생가 주변에는 기념관과 문예관을 비롯해 조각공원이 있다. 특히 명성황후의 개화사상과 자주정신을 표현한 52점의 조각작품이 전시된 조각공원은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157평 규모의 기념관에 들어서면 도자기로 제작한 가로 1.6m, 세로 2.4m 크기의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영정 및 밀랍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료를 근거로 복제한 명성황후 시해검(劍)과 명성황후의 친필 서신 등도 볼거리다.
생가 오른쪽에는 1904년 명성황후의 아들 순종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비석이 세월의 이끼를 간직한 채 생가를 지키고 있다.
주말이면 400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영동고속도로 여주IC에서 능현리 방면으로 좌회전해 1km를 가면 명성황후의 생가를 찾을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500원, 청소년 300원, 초중고교생 200원. 031-880-1881∼2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일제의 대표적인 만행으로 꼽히는 제암리사건 현장에도 의미 있는 역사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경기 화성시 향남면 제암리. 1919년 3·1운동 직후인 4월 15일 만세 시위가 활발했던 이곳에 일본군이 들이닥쳐 15세 이상 남자 21명 등 30여명을 교회에 몰아넣고 학살한 현장이다. 일본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교회당에 불을 질렀다.
정부는 1982년 공동묘지에서 시체 23구를 발굴해 제암리 뒷산에 묻고 옛 교회터에 대형 기념비를 세웠다. 또 2001년 3월 교회터에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을 건립했다.
이 기념관에는 제암리사건을 비롯해 경기 수원과 화성 일대의 3·1운동 참여 상황과 일제의 역사 왜곡 사례 등이 사료와 그림들로 차분히 정리돼 있다.
특히 전시장을 순서대로 관람하다 보면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주제로 꾸며진 마지막 전시실에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우리의 암울한 역사를 곱씹게 된다.
오산역에서 약 17km 떨어져 있으며 역에서 화성시 발안 방면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031-369-1663
여주·화성=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