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키플러스픽처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행동한다면? 그리고 거울 속의 내가 거울 밖의 나를 죽이려 든다면?
영화 ‘거울 속으로’는 거울 속 세상과 거울 밖 세상의 이미지를 계속 병치시켜 관객으로 하여금 무엇이 진실인지 혼돈하게 한다. 내가 나를 배신한다는 설정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 김성호 감독은 “내가 보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진정한 나인가”라는 질문에서 이 영화가 출발했다고 한다.
1년 전 화재사건으로 폐장됐다가 재개장을 준비 중인 드림피아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잇달아 죽는다. 늦은 밤, 최미정(이영진)은 화장실에서 피자 커터로 살해당하고, 김 부장(정은표)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볼펜이 귀에 꽂힌 채 시체로 발견된다. 공통점은 둘 다 총무부 직원이며 거울 앞에서 죽었다는 것.
이 백화점의 보안책임자 우영민(유지태)은 전직 경찰로 과거 범인 검거 과정에서 범인 대신 범인을 비춘 거울에 총을 쏘는 바람에 인질로 잡힌 파트너를 실수로 죽인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하현수(김명민) 형사는 영민의 오랜 라이벌이다. 현수는 영민에게 사건 수사에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영민은 사건 현장을 배회하는 이지현(김혜나)을 알게 되면서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살인마가 피 칠갑을 하고 나타나 무차별적으로 등장인물을 죽이는 ‘슬래셔 무비’에 비하면 이 영화는 잔잔하다고까지 느껴진다. 또 영민과 현수가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은 형사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간담이 서늘한 호러 무비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듯.
그러나 사람들에게 친숙한 ‘거울’이라는 소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공포의 근원지로 몰고 가는 감독의 뚝심은 충분히 전달된다.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의 결혼식’, 르네 마그리트의 ‘재현되지 않다’ 등 거울을 소재로 한 그림을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단서로 제시한 것도 참신하다.
김 감독은 건축학도(연세대 건축학과 졸업) 출신답게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밖에선 아무 것도 들여다볼 수 없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판타지와 욕망이 투사된, 전혀 다른 세상’으로 풀이했다. 내가 나를 죽이는 ‘괴담’이 발생하는 것도 백화점 내부 사람들의 뒤엉킨 욕망 때문이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 틀에 박혀 있어 답답하다. 김명민의 경우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어 부담스럽게 보인다. 동료 경찰을 쏴죽이고 괴로워하는 유지태의 모습도 피상적으로 그려졌다. 영화 ‘식스센스’에 버금가는 마지막 반전은 놀랍지만 작위적인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