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전쟁 중’이라 할 정도로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관광은 성장의 한계가 없는, 제조업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이자 미래 경제성장의 축이 될 산업이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을 통해 제고된 국가 이미지는 그 나라의 상품 수출에 카펫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국내적으로는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등 다른 관련 산업의 활성화와 직결된다. 이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광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면서 관광단지 숙박 교통 등 기반 시설이 눈에 띄게 확충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혹자는 한국에는 볼 것이 없다고 한다. 물론 양이나 규모 면에서 관광대국들과 단순비교해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단일국가로는 드문 반만년의 역사와 그 토착문화에서 묻어나는 향기가 있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삶의 모습, 단아하면서 섬세한 문화유적과 고품격의 전통예술, 심지어 24시간 번잡스러운 거리의 역동성까지도 외국 관광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
결국은 포장하기 나름인 것이다.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 덴마크의 인어상, 독일의 로렐라이상이 실제 관광가치보다는 ‘스토리’로 포장돼 홍보됨으로써 세계 3대 명물로 ‘둔갑’해 있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2010년 외국 관광객 1000만명 유치, 관광수입 100억달러 달성 목표를 세우고 관광산업 ‘전쟁’에 뛰어든 상태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우리 관광 상품의 해외 홍보를 위한 거점을 마련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다. 해외 여행객을 많이 송출하는 선진국뿐 아니라 최근 들어 새롭게 해외 여행 붐이 일고 있는 중진국에도 홍보거점을 둬야 한다. 또 해외에 진출해 있는 기업 기관 공관의 연대를 강화해 종합 홍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 고유브랜드인 한류 태권도 김치 씨름 DMZ 전통예술 등을 주제로 한국 관심층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청결한 환경도 중요하다. 정돈된 생활공간, 청결한 유원지, 규격화된 간판과 노점상 등 환경정비는 관광객의 편의뿐 아니라 후손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관광경찰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관광객 수용을 위한 중저가 숙소 확대, 식당 및 화장실 개선, 관광표지판 정비 등 기초 편의 시설 문제도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방축제와 농어촌 체험관광 등 지역별 특징을 반영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광단지도 활발하게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는 관광단지 조성 사업에 중앙 정부가 컨설팅이나 예산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관광 통역가이드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아무리 좋고 많은 관광자원이 있어도 관광객에게 이를 정확하고 유익하게 전달해주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한국은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은, 흥미 없는 나라로 인식되고 말 것이다. 관광객에게 한국이 뿌리 깊은 역사의 품격 있는 나라로 평가되느냐, 황량한 천민문화뿐인 나라로 이해되느냐는 관광가이드의 전문성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통역가이드 양성 관리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유건 한국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