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가 1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북한 핵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6자회담이 27일부터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다. 과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가능할까. 93, 94년 북핵 위기를 북-미 제네바 합의로 해소하는 데 깊이 관여했던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를 13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6자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가 열리진 않을 것이다. 지난 북핵 위기를 제네바 합의로 푸는 데는 1년 반이 걸렸으나 이번엔 아마도 몇 년이 걸릴 것 같다. 6자회담 참여국들의 생각이 다르고 특히 한미간에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몇 개월 내에 핵무기를 생산할 수도 있는데 회담이 오래 걸리면 어떻게 되나.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북핵 정책은 실패했고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가 할 일은 우선 대화를 시작하고,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며 대화에 성의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북한의 안보를 보장하고, 식량을 제공하는 일과 같은 구체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이 의회 결의 형태로 북한체제를 보장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선….
“미 의회는 현재 휴가 중이기 때문에 9월까지는 결의안을 마련할 수 없는데 이는 너무 늦을 수 있다. 대안은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는 한 북한에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한미일이 내는 것이다.”
―모든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이번 회담이 실패하고, 현재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제2의 6·25전쟁이 다가올 것이다. 이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전쟁을 피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도 미국 단독으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나.
“부시 행정부는 일본이 미국을 지지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우리는 부시 행정부가 (전쟁) 능력이 있고, 대북 선제공격을 할 생각이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와 시설을 어디에 은닉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북 선제공격은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사실이다. 공격의 목표가 북한의 핵무기를 파괴하는 것이라면 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격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럴 수 있다.”
―북한의 정권교체 문제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은데….
“미국이 이라크전과 같은 정도의 힘을 사용할 경우 북한 정권은 사라지겠지만 그 대가는 클 것이다. 인명 피해도 이라크전에 비해 훨씬 크고, 국제사회에 미치는 여파도 엄청날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김정일 정권을 파멸시키는 것 외에 한국과 일본이 치러야 할 대가도 고려해야만 한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얼마나 진지한가.
“국무부의 파월 장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은 대북 협상을 선호 지지한다. 반면 강경파인 존 볼턴 국무부 차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 폴 울포위츠 부장관의 관심은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이지 한반도 통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들은 협상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통해 이를 파기하거나 확산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정책으론 협상을 추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북핵 시설의 파괴를 선호한다. 북-미간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은 전적으로 불가능하다. 불행히도 미국의 태도엔 변화가 없으며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전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현 단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한국 정부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 대단히 사실적이고 솔직한 평가를 해야 한다. 미국에 온건한(nice) 태도를 보여야 하며, 미국이 한국처럼 행동하고 대화에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젠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 한국의 우려를 전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좋은 기회가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부시 대통령은 이제 한국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한국의 우려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북한은 결국 핵개발을 포기할 것으로 보나.
“그들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푸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해야만 하는 이유를 없애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경제협력을 강화해 핵무기를 갖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나는 북한이 전쟁을 원한다고는 보지 않지만 긴장고조의 결과로 인해 전쟁은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일본이 추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보나.
“만일 일본이 마약 등을 단속하기 위해 북한 배를 검색할 경우 북한은 일본 배에 사격할 것이다. 내가 최근에 만난 일본 정부의 관계자들에게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응사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북-일간에도 서해교전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워싱턴에서 현재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은 없는가.
“아무도 없다. 미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옵서버들도 현 상황을 매우 걱정한다. 상황을 유일하게 낙관하는 것은 한국뿐이다. 일본에서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언론으로선 북핵 위기의 실상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가 고민이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부 장관이 최근 미국과 북한의 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충격적이지만 그로선 매우 진지한 생각을 밝힌 것이다. 나는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고, 독자들에게 위기의 실상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케네스 퀴노네스 누구▼
△미국 하버드대 박사(역사 및 동북아 언어) △터프츠대 교수 △미 국무부 북한 담당관 △제네바 합의 미측 협상 대표 △미 외교관으로 첫 방북, 김일성 첫 면담(이후 20차례 방북) △현 미 인터내셔널센터 한반도 프로그램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