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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혈액질환…성모병원 김동욱교수

입력 | 2003-08-17 17:36:00

15일 김동욱 교수가 조혈모세포 이식 후 간을 이식 받은 박복식씨에게 매달 실시하는 정기 진단을 하고 있다.권주훈기자 kjh@donga.com


피는 지구 둘레의 3배가 넘는 13만km를 흐르며 온몸 구석구석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는다. 온몸의 세포들에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고 노폐물을 거른다. 또 침입자가 생기면 즉시 전쟁을 벌인다. 이러한 인체의 강물인 혈액에 생기는 암(癌)이 백혈병이다. 백혈병은 한때 백혈구에 생기는 암이라고 해 붙은 이름이지만 지금은 혈액 줄기세포인 조혈모(造血母)세포, 혈소판, 림프구 등에도 생기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가톨릭대 성모병원 내과 김동욱 교수(42)는 이 백혈병 중 주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1995년 비혈연(非血緣)간 골수 이식, 96년 면역계가 피아를 구분하는 표식인 사람백혈구항원(HLA) 6쌍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골수 이식, 97년 탯줄 조혈모세포 이식 등에 성공하면서 국내 최초의 행진을 이어왔다.

김 교수는 항암제 글리벡의 최고 전문가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의 60∼70%인 250여명에게 글리벡을 처방해 왔다.

김 교수는 2002년 강남성모병원 외과 김동구 교수와 함께 백혈병과 간경변증이 함께 있는 환자에게 골수 이식과 간이식을 잇달아 시술, 환자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도록 했다. 올해에는 급성 백혈병 환자의 글리벡 치료 지침을 발표했다. 둘 다 세계 최초의 개가였다.

그는 올 4월 백혈병 진단용 DNA 칩을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일양약품과 함께 새 백혈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백혈병 환자가 고가의 항암제를 복용하기 전 미리 약효를 알 수 있는 유전자 칩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백혈병 환자가 유독 많다. 국내 백혈병 환자는 몇 명 정도인가.

“드라마 ‘가을동화’의 송혜교도, 영화 ‘러브 스토리’, ‘라스트 콘서트’, ‘사랑의 스잔나’ 등의 여주인공도 모두 백혈병 환자였다. 그러나 백혈병은 흔한 병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5000명 정도의 환자가 있으며 매년 1000명 정도가 새로 생긴다. 옛날에는 아예 치료가 불가능해 애틋한 영화의 소재로 잘 나왔지만 지금은 60∼80%가 치료된다. 이 병에 걸리면 조혈모세포가 적혈구를 못 만들어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가련하게 보이기 때문에 영화 여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한 것 같다.”

―백혈병의 종류는….

“크게 진행 상황에 따라 급성과 만성, 주로 타격을 입는 면역세포의 종류에 따라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급성은 증세가 갑자기 나타나고 치료하지 않으면 2, 3개월 내에 숨진다. 급성은 고열, 피로감 또는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잇몸이 붓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뼈마디나 배의 통증, 피멍, 출혈, 구역질,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은 서서히 진행되며 증세가 잘 나타나지 않다가 발병 3∼4년이 지나 갑자기 급성으로 진행된다.”

―백혈병은 어떻게 치료하나.

“현재 치료의 줄기는 항암제 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이다. 어린이 백혈병은 항암제로만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항암제를 써 피를 거의 말리다시피하는 방법으로 암세포를 죽인 다음 몸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으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이다.”

―항암제 글리벡은 어떤 환자에게 효과적인가.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기스트(GIST)라고 불리는 특정한 위암에 효능이 있다. 급성 림프성 백혈병환자의 15∼20%, 급성 골수성 백혈병환자의 1∼5%에게서도 쓸 수 있다. 그러나 내성이 생기는 등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기적의 완치제라기보다는 골수 이식의 보완 치료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요즘 미니이식, 말초혈 조혈모세포 이식 등 백혈병의 새 치료법이 떠오르고 있다는데….

“그렇다. 미니이식은 항암제를 기존보다 훨씬 적게 쓰고 대신 공여자의 면역세포를 이식해 환자에게 남아있는 암세포를 추가로 죽이는 것이다. 항암제를 덜 쓰기 때문에 합병증이 덜 생기고 수혈을 적게 해도 되며 회복이 빠르다. 말초 조혈모세포 이식은 팔뚝에 특정한 주사를 놓아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말초혈관으로 불러내 이것을 뽑아내 이식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골수 이식방식과는 달리 공여자에게 온몸 마취를 시킬 필요가 없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들 치료법은 기존의 골수이식에 비해 손색이 없고 더 나은 점이 많으므로 하루 빨리 건강보험 혜택이 있기를 바란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 혈액질환 치료의 명의들 ◇

▼조혈모세포 자가이식 첫 성공 ▼

▽이규형(46)=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실력을 닦은 명의. 1993년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뽑아 깨끗하게 거른 뒤 다시 체내에 넣어주는 자가 이식에 처음으로 성공하였다. 2001년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에서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후 조혈 키메리즘에 대한 전향적 연구’란 주제로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혈전증 국제진료지침 개발 ▼

▽박선양(53)=혈우병, 자반증 등 지혈 혈전 분야에서 독보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인 혈전증의 유전적 원인을 규명했고 프랑스 연구진과 함께 혈전증 예방을 위한 국제적 진료지침을 개발했다. 1987년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위한 골수 내 백혈병세포 제거술을 도입했다. 한국골수은행협회의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백혈병 표적치료법등 몰두 ▼

▽민유홍(46)=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골수이식,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줄기세포에 대해 연구했다. 백혈병 환자에게 사람백혈구항원(HLA)이 절반 밖에 일치하지 않는 환자 아버지의 조혈모세포와 중배엽 줄기세포를 동시 이식하는 새 치료법을 개발했다. 최근 백혈병의 표적치료법 개발, 줄기세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83년 국내첫 골수이식 수술 ▼

▽김춘추(59)=국내 조혈모세포 이식의 산 증인이다. 1983년 국내 최초로 골수이식에 성공한 이래 각종 골수이식법에서 국내 최초의 행진을 이어갔다. 혈액줄기세포에 조혈모세포란 이름을 지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가톨릭조혈모세포이식센터 소장, 대한혈액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옥조근조훈장을 받았으며 5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급성골수성 백혈병 권위자 ▼

▽이홍기(47)=최근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새 치료법을 개발, 이 분야의 권위지인 ‘골수이식’에 발표했다. 성인 백혈병 환자에게 탯줄혈액 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하는 등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제 골수이식등록협회에 가입한 팀을 이끌며 매년 120여명에게 성공적으로 골수를 이식하고 있다.


▼혈우병 환자 수술에 큰 관심 ▼

▽윤휘중(50)=1989년 미국 프레드 허친슨암연구소에서 2년간 골수이식을 연구했고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등의 조혈모세포이식을 포함한 치료를 수행하고 있다. 병원에서 혈우병 환자의 수술에 적극적이다. 대한혈액학회 학술이사, 대한수혈학회 법제이사로 있으며 미국혈액학회, 유럽혈액학회, 세계혈우연맹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용혈성빈혈 환자 수술 성공 ▼

▽김병국(57)=미국 워싱턴의대 등에서 혈액학과 골수이식에 대해 연구하고 한국 혈액학 발전에 기여한 대가. 1995년 수술 중 체온이 30∼32도 이하로 떨어지면 혈액이 응고돼 숨지는 용혈성빈혈환자의 위암 수술에 참가해 성공했다. 1990년에는 서울대 의대 종양내과팀과 함께 간과 폐까지 전이된 대장암 환자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혈액 유전자 관련 연구 권위 ▼

▽김형준(43)=1993년 국내 최초로 중증 재생 불량성 빈혈 환자에게 말초혈액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시행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조혈모세포의 유전자 표식에 대해 연구했다. 2001년부터 복지부 지정 ‘조혈계 질환 유전체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7월에는 제2회 LG-혈액학 학술상(기초 부문)을 받았다.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 大家 ▼

▽안효섭(56)=20여 년 간 수백 명이 넘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어린이를 항암제 치료만으로 완치시켰다. 1998년 국내 7개 의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제대혈을 이용한 조혈모세포 이식술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급성 백혈병과 신경모세포종의 생존율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어린이 암 치료등에 주력 ▼

▽신희영(48)=제대혈 조혈모세포이식, 어린이 장기의 암, 말초혈관 조혈모세포 이식 등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백혈병 어린이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지, 후원을 이끌어내는데 큰 공을 인정받고 있다. 2003년 초 중앙대 사회체육학부와 공동으로 어린이 환자를 위한 체조를 개발했다.


▼98년 첫 백혈병 제대혈이식 ▼

▽이영호(43)=지난 4년 동안 100여 명에게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며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제대혈 이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1998년 백혈병 환자에게 국내 처음으로 제대혈 이식에 성공했다. 2000년 국내 첫 공공 제대혈 은행을 개설했으며 현재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제대혈 이식 연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어린이 혈액암 완치율 높여 ▼

▽유철주(44)=소아 혈액암의 항암 치료에서 경륜과 높은 완치율을 인정받고 있다. 항상 편안하고 웃는 얼굴로 진료해 환자와 보호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어린이 환자와 부모의 모임인 ‘한빛사랑회’를 이끌며 각종 소아암 환자를 위한 캠프, 모임 등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제대혈 이식 등의 치료법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뽑고 보니…▼

2001년 가을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때 이 학회의 김춘추 이사장이 두 젊은 교수를 은밀히 불렀다. 김 이사장은 가톨릭대 김동욱 교수와 울산대 이규형 교수에게 두 사람이 언젠가 이 분야를 책임져야 하므로 잘 협조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두 교수 중 김 교수가 혈액 질환 분야 베스트 닥터로 선정됐고 이 교수도 김 교수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았다.

이는 전국 16개 대학병원의 내과 및 소아과 교수 46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혈액 질환이 있을 때 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소아과 부분에서는 서울대병원의 안효섭 교수가 압도적으로 추천을 많이 받았다. 또 가톨릭대 조빈 교수는 해외연수 중인데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내과와 소아과에 걸쳐 무려 7명이 명의로 선정돼 이 병원의 명성이 허명이 아님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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