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첫방송하는 SBS 주말드라마 ‘태양의 남쪽’에서 주인공 ‘성재’로 출연하는 배우 최민수. 그는 “한 순간에 모든 걸 잃고 교도소에 수감된 성재가 느끼는 그리움을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SBS
배우 최민수(41)는 흑백화면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닌다. “10년 된 옷”이라는 검정 긴팔 셔츠와 바지는 한눈에도 오래 입은 티가 난다.
14일 SBS 주말드라마 ‘태양의 남쪽’(극본 김은숙 강은정·연출 김수룡 김진근·밤 8·45) 제작발표회에서 그를 보니, 옷차림 중에서 새 물건은 아직 ‘기름기’가 흐르는 검정 가죽 부츠 정도였다. 그는 변화를 따라가는 데 게으른 편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된장찌개와 컴퓨터의 중간세대’라는 그는 그런 면에서 ‘아날로그적 사랑’을 하는 드라마 주인공 성재를 닮았다.
30일 첫방송은 성재와 민주(유선)의 약혼 발표에서 시작한다. 평소 민주를 좋아해오던 성재의 친구 용태(명로진)는 질투를 느껴 성재가 회사의 공금을 횡령했다고 누명을 씌운다. 감옥에 끌려간 성재는 민주에게 답장 없는 편지를 3년간 계속한다. 한편 애정 없는 결혼생활에 갇힌 미술강사 연희(최명길)는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성재의 편지들을 계속 받고, 두 사람은 편지를 매개로 사랑을 싹틔운다.
최민수의 드라마 출연은 SBS ‘사랑의 전설’(2001년) 이후 2년만이다.
“지난달 동해안에서 쉬던 중 대본을 받아보니 200자 원고지에 볼펜으로 서걱서걱 쓰는 듯한 느낌이 좋았어요. 성재와 연희의 사랑은 원초적이고도 목가적입니다.”
그런 ‘지고지순한 아날로그적 사랑’은 젊은이들의 가벼운 사랑이야기에 밀려 요즘 드라마에서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최민수는 그런 추세에 공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요즘 문화는 좀 뒤죽박죽이에요. 외모를 꾸며 자신감 부족을 감추려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서울 압구정동 같은 곳은 마음에 안 들어요.”
최민수는 SBS ‘모래시계’(95년)의 조직폭력배와 영화 ‘청풍명월’의 검객 역 등으로 대중에게 ‘남성적 카리스마’의 대표 배우로 각인됐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그렇게 살면 얼마나 피곤하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정(情)이 많아서인지 배역과 배우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어요. 또 제가 연기할 때는 캐릭터에만 몰두하고 싶어서 촬영장 인터뷰를 잘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정말로 그렇게 터프하다고 알려진 것 같아요.”
그는 부인과 두 아들 이야기를 자주 하고 인터뷰 중에 부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 꼭꼭 존댓말을 사용했다. 집에서도 그렇게 하냐는 질문에 그는 “그럼요, 안 하면 혼나는데요”라며 웃었다.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술 마시거나 사람 많은 데 가기가 싫어요. 그런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면 참지 못할까봐….”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