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실시된 성과 관련한 설문조사인 ‘화이자 글로발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75.6%(세계 평균 47.7%)가 섹스를 하는 이유로 ‘남성답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또 54.3%(세계평균 35.7%)는 ‘진정한 남자는 언제든 섹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이런 유별한 성의식 때문에 성기능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남성다움을 상실한 것으로 생각하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부인에게도 숨기다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부인은 남편의 ‘남성’에 문제가 생기면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알면서도 한동안 관망하는데 남자들은 부인이 눈치 채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남편이 자신의 성문제를 숨기려고 성관계를 의도적으로 계속 회피하면 사정은 달라지고 여성은 다양한 반응을 나타낸다.
자신이 더 이상 남편에게 성적으로 매력적이지 않으며 다른 여자가 있을지 모른다고 오해한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해 분노하고 증오하게 되며 결국 부부 사이의 긴장과 갈등으로 연결된다.
평상시 남편으로부터 모욕을 당하던 여성은 남편에게 발기장애가 발생할 경우 한편으로는 남편의 기능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꼴좋다’는 이중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평상시 부인이 뚱뚱하고 매력이 없다고 모욕을 주던 52세의 L씨는 1년 전부터 발기력이 약해졌지만 성관계는 가능할 정도였는데 최근 몇 차례 실패하던 차에 어느 날 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부인이 “자려는 사람한테 괜히 하자고 해 놓고 어디 가서 뺨 맞을 짓이나 한다”고 자존심을 짓밟아버렸다. 이후 L씨는 완전 불능 환자가 돼버렸고 비아그라도 속수무책이었다.
부인이 평소 성적 매력이 없어 성기능장애가 생기기 전에도 부부관계가 소원했던 경우 남편이 발기장애 치료를 받으려고 하면 부인은 이전에 성관계가 소원한 것에 대해 잠재적으로 갖고 있던 분노를 터뜨리곤 한다. 이런 여성은 남편이 어떤 치료를 받든 치료결과에 대해 실망을 표시하며 비웃으면서 남편의 기쁨이나 용기를 꺾어 놓으려 한다.
남편이 평소 부인에게 잘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세철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