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양재천사랑 환경지킴이’의 구호옥 회장(오른쪽)과 류주현 총무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양재천변에서 양재천을 둘러보며 웃고 있다. -김동주기자
16일 오전 보랏빛 쑥부쟁이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양재천변. ‘양재천사랑 환경지킴이’의 구호옥 회장과 류주현 총무가 ‘양재천 감시’에 나섰다.
“오늘따라 물이 더 좋아보이네.”
“그렇죠? 근데 저긴 청소 좀 해야겠어요.”
이들이 주도하는 양재천사랑 환경지킴이는 양재천 보전을 위한 자원봉사활동 단체. 이들처럼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은퇴한 교장까지 50여명의 회원이 환경사랑의 ‘마중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재래식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 안에 넣어주는 물을 마중물이라고 해요. 저흰 모든 사람이 환경을 보전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거죠.” 류 총무의 설명이다.
양재천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악취가 진동하는 도시의 흉물이었다. 구 회장은 “80년대에 아파트를 분양받으러 근처에 왔다가 더러운 양재천을 보곤 기겁을 하고 도망갔다”며 웃었다.
지금은 완전한 자연형 하천으로 거듭난 이곳엔 쇠스랑개비 금불초 등 이름도 생소한 들꽃이 가득하고 각종 물고기와 개구리 두꺼비는 물론 운이 좋으면 너구리 가족도 볼 수 있다.
환경지킴이들은 이런 양재천을 지키기 위해 쓰레기 줍기부터 시작했다. 요즘은 여름이라 그런지 밤에 시원한 물가를 찾은 사람들이 마시고 버린 맥주 캔이나 소주병도 많다.
4월에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양재천 자연교육도 시작했다.
경기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교육을 시작했을 때 입시공부에 찌든 아이들의 얼굴엔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때 한창 꽃망울을 터뜨리던 개불알꽃에 대해 설명하자 아이들은 배꼽을 잡고 얼굴이 빨개지도록 웃으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이름이 개불알꽃이 뭐예요. 하하.”
자연 앞에선 들꽃 하나로도 모두가 즐거워진다.
이들은 양재천에 자라는 식물에 대해 조사하고 수질 검사도 한다. 검사 결과가 나쁘면 당장 구청 치수과에 전화해 매섭게 따지면서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보통 가족 이기주의와 치맛바람으로 상징되는 ‘강남 아줌마’. 그러나 구 회장은 “알고 보면 다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며 자랑이다.
요즘은 만나면 청계천 복원 공사에 대해 자주 얘기를 나눈다.
“어렸을 때 서대문구 홍제동에 살았는데 홍제천에서 수영을 하곤 했죠. 지금 서울시내 대부분의 하천이 복개돼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류 총무)
“맞아요. 그런 추억이 있는 아이들이어야 환경을 사랑하게 되죠. 청계천도 꼭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돼 청계천을 지키는 사람들도 생기기를 바랍니다.”(구 회장)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