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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김용기/수출시장 문화적 감성을 잡아라

입력 | 2003-08-17 18:10:00


8월 12일자 본보 경제섹션에는 ‘한국제품, 인도 사로잡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성공비결로 ‘인도에 특화된 상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 개발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고 분석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업 제국주의’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1979년 중국의 시장 개방 후 서양 다국적기업들이 현지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 제품을 가져다 팔아 ‘노다지’를 거두려 했던 자세를 비꼬는 표현입니다. 최근 그런 ‘기업제국주의’가 왜 실패로 돌아갔는지에 대해 잘 정리된 자료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례 1.

인도 남자는 맥도널드 분위기는 좋아하지만, 그 가격과 맛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경쟁업체는 인도의 유명 음식 체인인 ‘니루라’. 니루라는 맛과 가격은 괜찮은데 깨끗하지는 않았답니다. 결국 맥도널드는 맛과 가격을 인도인에 맞춰야 했습니다. 맥도널드는 초반에 경쟁업체를 제압할 기회를 잃은 것이지요.

#사례2.

필립스는 1994년 중국에서 비디오와 CD플레이어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했습니다. 1500만개가 팔릴 만큼 성공적이었는데, 이 제품은 중국시장을 겨냥해 만든 상품이었습니다. 서구에는 이런 제품을 살 만한 시장이 아예 없었다는 군요.

가격, 기능, 광고, 디자인 모든 것에서 소비자 취향은 다르고 그것을 모르면 결국 실패하더라, 그래서 이제 다국적기업들은 새롭게 사고(思考)하기 시작했고, 그 핵심은 해당 시장 고유의 문화적 감성(感性)을 고려한다는 것, 그게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라는 얘기입니다.

중국과 인도시장은 아직 미국에 비해 크지 않습니다. 자동차의 예를 들면 중국은 연간 160만대, 인도는 70만대입니다. 미국은 현재 1550만대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이나 인도시장을 간과하시는 분들은 없겠지요? 경제성장이 계속되면서 특정상품에 대한 구매력을 가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