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안 작 ‘부에노스 아이레스’(2003년작).
프랑스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줄곧 작업을 해 온 사진작가 김오안 씨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02-737-7650)에서 30일까지, 인사동 이화익 갤러리(02-730-7818)에서 20∼9월2일 개인전을 갖는다.
현대의 일상적 풍경에 주목해온 그는 사진을 통해 낯익은 공간이 어떻게 낯설고 이질적으로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사진의 오랜 기능인 기록성과 함께 다양한 눈속임 기법도 동원되는 작가의 작업은 연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셔터를 누른다든지, 인화과정 중에 조명의 강약을 조절하는 등의 방법으로 독창적 화면을 만들어 낸다.
그가 연출해 내는 풍경은 일상의 이미지와 카메라에 의한 인위적 이미지가 뒤섞이는 새로운 풍경이다. 마치 그림을 그린 듯한 작품들은 3차원 공간이 2차원 공간의 효과를 내고 있다. 원근에 의한 공간감이 사라진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과 풍경은 실존감이나 생명감을 상실한 채 점, 선, 면으로만 화면을 구성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준다. 작가의 사진이 때로 한 폭의 추상화나 회화를 연상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50여점이 전시되는 성곡미술관에는 차분한 분위기의 소품을 비롯, 강렬한 색채작업이 선보이는 반면, 이화익갤러리에서는 회색 톤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