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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생일케이크 치마-사람얼굴 브래지어…상상력을 입는다

입력 | 2003-08-20 18:10:00


《사람이 몸에 걸칠 수 있는 것. 어디 옷뿐일까. 모자, 안경, 브래지어, 신발, 머리핀 등 장신구 등등…. 한 번 상상해 보라. 얼마나 많고 또 얼마나 다양한지. 곰곰이 들여다보면 인간의 몸에 걸쳐진 것을 통해 우리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 볼 수 있다. 바로 그거다. 뉴질랜드 남 섬의 최북단, 바닷가에 자리 잡은 예술가 마을 넬슨(Nelson)에서 매년 9월 펼쳐지는 ‘몬타나 월드 오브 웨어러블 아트’(The Montana World of WearableArt and Collectable Cars·약칭 WOW)는 바로 이런데서 착안한 21세기 가장 독특한 예술 축제다.》

웨어러블 아트 공연 사진

20여 년 전 화가 조각가 등 예술인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기 시작한 이 타운. 지금은 뉴질랜드에서 예술인 타운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안 도로를 따라 두 시간 가량 차를 몰아 도착한 골든 베이(Golden Bay)와 근방의 에이블 태즈먼 국립공원을 여행하고 돌아오면서 기자는 예술인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를 스스로 알게 됐다.

뉴질랜드 넬슨에서 지난해 9월 열린 몬타나 웨어러블아트에서 최고상을 받은 금속갑옷 ‘페르세포네의 하강’.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갑옷을 제작한 갑옷장(匠) 스튜어트 존슨의 작품이다. 오른 편은 브라 섹션에 나온 본선 진출 작품. 조성하기자

사시사철 언제든 맨발로 비치를 거닐며 태양과 바다와 하늘과 바람을 즐길 수 있는 햇빛 찬란한 지중해성의 기후, 태초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바다와 산, 그리고 그 자연을 닮은 순박한 사람들. 그런 기후와 자연 속에서는 설사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문명 이전의 세계로 회귀를 꿈꾸는 몽환적 분위기에 빠진다. 그리고 사람과 산,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조용한 타운 넬슨. 그런데 일요일 오전만큼은 예외다. 정기 장 덕분이다. 아침 일찍부터 발 디딜 틈 없이 수백 개 좌판으로 들어차는 장터. 유기 농법으로 재배했다고 쓴 촌부의 홍당무부터 양철 조각을 이용해 만든 공예가의 쓰레기통까지 수백 수천 가지의 물건이 진열된다. 벼룩시장까지 겸한 이 장에서는 중국요리부터 녹인 치즈를 얹어먹는 빵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거리의 바이올린 연주, 애보리진(호주 원주민)의 전통 악기 연주…. 넬슨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WOW가 열리는 기간. 넬슨은 외지의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아직은 뉴질랜드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WOW의 명성에 힘입어 외국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쇼가 펼쳐지는 무대는 공원 옆 실내체육관 트라팔가 센터다. 2000여명을 수용하는 체육관 실내 좌석은 한두 달 전에 매진된다. 외출복으로 한껏 멋을 낸 부인들은 쇼에 대한 기대로 상기된 표정이다.

이윽고 불이 꺼지고 한 줄기 조명이 캣 워크 스테이지(패션쇼장 형태의 길쭉한 무대)에 떨어졌다. 1시간 40분 동안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기상천외한 웨어러블아트 쇼가 막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드디어 개막. 생일케이크 치마에 누에고치 드레스, 나비 날개 가운, 자전거 옷, 사람얼굴 브래지어, 자전거 변신 옷….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나 등장할 만한 환상적인 의상이 멋진 모델의 신체를 통해 쉼없이 등장한다.

브라 섹션에서는 코믹한 터치의 브래지어 테마 작품이 등장한다. 이날 최고의 찬사는 메탈로 만든 중세 기사의 갑옷. 뉴질랜드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한 악마의 신 사우론의 갑옷을 만든 갑옷장(匠) 스튜어트 존슨(뉴질랜드)의 작품으로 지난 해 최고상을 수상했다.

인간 상상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이 새로운 예술 창작의 무대. 웨어러블아트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창시자 수지 몽크리프 여사는 이렇게 말한다. ‘상상 그 자체가 웨어러블 아트에서는 한계’라고. 여행길에 조우하는 웨어러블아트 덕분에 가을에 찾는 뉴질랜드 여행길은 더더욱 기대가 크다. 자연과 예술이 한데 어울린 넬슨 타운. 꼭 한 번 다녀오기를 강력 추천한다.

● 여행 정보

◇몬타나 월드 오브 웨어러블 아트(www.worldofwearableart.com)=올 쇼는 9월 12∼14일, 18∼21일 두 차례 열린다. 예약은 홈페이지 참고.

◇골든 베이(www.goldenbay.net.nz)=넬슨 여행길에 들를 만한 국립공원 주변의 해안. ‘에이블 태즈먼 국립공원’ 자동차여행은 3, 4일 일정이면 충분. △Bay Vista House(www.bayvistahouse.co.nz)=골든 베이가 내려다보이는 포하라의 언덕 위 숲 속의 멋진 별장 형 주택. 정년퇴직한 Sue와 Ian McCracken 부부가 운영. △해안 트레킹(www.kahurangiwalks.co.nz)=John과 Pam Croxford 부부가 운영하는 국립공원 트레킹 가이드 투어 및 홈스테이. 가이드 투어는 3일(숙식 포함)에 NZ $500(NZ $1=706원).

◇넬슨 지역(www.nelson.net.nz)=주변에 유리 공방(www.hoglund.co.nz) 등 아트 스튜디오가 많다. 9∼11월(봄) 기온은 7∼17도. 그동안 출품작을 전시해 둔 WOW 상설 전시장도 들러 볼 만한 곳. 연중무휴. 호텔 보다는 펜션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펜션 정보는 넬슨지역 홈페이지 참조.

◇뉴질랜드 셀프드라이빙 투어=동아 트래블(www.dongatravel.co.kr)에서는 ‘렌터카+숙소+여행 일정 짜기’가 포함된 패키지를 판매 중. 02-777-8100

◇뉴질랜드 정부 관광청=www.newzealand.com

뉴질랜드넬슨=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웨어러블아트 공연사진 및 참관기는 동아닷컴(www.donga.com)의 ‘포토포토’와 커뮤니티의 기자칼럼(조성하의 ‘e-편한여행’)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