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사장이 공기청정기로 담배 연기를 걸러 보이고 있다. 최 사장이 손을 얹고 있는 모델 ‘무구’는 부친 최진순 회장이 10년 전 디자인한 옛 모델 ‘그린나라’의 컨셉트를 전문 디자이너가 그대로 살린 제품. 나성엽기자
최진순(崔鎭順·64) 회장은 1980년 뇌중풍으로 쓰러졌다가 회복된 뒤 음이온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일본인 친구가 사다준 음이온발생기가 회복을 앞당겼다고 믿었기 때문.
83년 3월에는 전 재산을 털어 음이온발생기 업체 삼우전자를 설립하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후 6년간 그는 혼자 외국 서적을 읽고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연구해 89년 음이온 공기청정기를 발명해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음이온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였다.
94년 회사 이름을 ㈜청풍으로 바꾼 뒤 기회가 왔다. ‘발로 뛰는’ 영업 끝에 수도권의 30여 의료보험조합이 가입자에 대한 기념 선물로 청풍 공기청정기를 주기로 결정한 것. 95년부터 3년간 특판 형식으로 매년 3만∼4만대씩 조합에 납품했고 회사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험 가입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년 뒤였다.
97년 최 회장의 셋째딸 윤정(允禎·31)씨는 심심풀이로 회사 홈페이지(www.chungpung.co.kr)를 만들었다가 뜻밖의 반응에 놀랐다.
‘집에서 악취가 사라졌다’는 경험담이 게시판에 오르기 시작했고, 하루 평균 100여명이 게시물을 읽고 청풍 구입에 나섰다. “입금할 테니 물건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자 최씨는 온라인 카드 결제 기능을 홈페이지에 달았다. 심심풀이 홈페이지는 회사 매출의 60%를 책임지는 온라인 쇼핑몰로 변신했다. 매출은 매년 100%씩 성장했다.
99년부터는 중국 일본 등 10여개국에 연간 3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올해는 매출액 500억원에 순이익 45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약 60%). 청풍은 공기청정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대기업들 때문에 요즘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윤정씨는 자신이 있다. 그는 “많지는 않지만 마케팅에 쓸 돈도 있다. 모자라는 비용은 높은 품질이 상쇄할 것이다. 애써 개척한 시장을 호락호락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의를 다졌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