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13 등급의 영화 'X-2'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들로 구성된 미국영화협회(MPAA)가 미국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에 지나치게 관대한 등급을 부여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 ABC방송 보도에 따르면, “MPAA가 공식적으로 매기는 영화등급이 일반 부모들의 우려를 반영하기보다는 영화사에 너그럽게 매겨진다"는 불만이 일반인들 사이에 높아지면서 자체적으로 영화등급을 매기는 시민단체들이 늘고 있다는 것.
특히 기독교단체와 가톨릭 주교회의 등 종교단체들과 일반 미디어관련 단체들은 할리우드가 자발적으로 매기는 등급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적절한 영화가 무엇인지 나름대로 선정해 온라인이나 활자매체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최근 설립된 미디어비평단체인 ‘커먼센스 미디어’의 제임스 스타이어 회장은 “올봄 개봉된 ‘캥거루 잭’이란 영화는 어린이들이 부모를 동반해 관람할 수 있는 ‘PG’ 등급을 받았지만 폭력과 총싸움, 양아버지가 양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하는 장면, 과도한 음주를 인상적인 행위로 묘사하는 장면 등이 포함돼 아이들이 보기에 적당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독립 영화등급평가단체인 ‘패밀리 무비 리뷰 닷컴’은 MPAA가 올여름 PG-13 등급(부모의 강력한 주의가 요망되며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부적절할 수도 있음)을 내린 ‘X-2’라는 영화에 대해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너무 많은 누드와 섹스가 포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R 등급의 영화 '터미네이터3'
올여름 개봉된 ‘터미네이터 3’은 MPAA가 17세 미만은 부모와 함께 봐야 한다는 ‘R(Restricted)’ 등급을 내렸지만 가톨릭 주교회의는 이 영화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morally offensive)’는 ‘O’등급을 자체적으로 매기기도 했다.
MPAA의 영화등급은 PG, PG-13, R 외에도 모든 연령층의 관객들이 볼 수 있는 ‘G’, 17세 미만 관람 불가인 ‘NC-17’등 모두 5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한편 MPAA 측은 영화등급에 쏟아지는 이 같은 비난에 대해 "영화 제작 스튜디오들은 때로 등급에 큰 아쉬움을 표시한다. 왜냐하면 이 등급은 제작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부모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커먼센스 미디어’ 측은 지난 4월 여론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부모들 중 70% 정도가 영화등급은 영화업계 관계자들이 아닌 독립적인 전문가그룹이 매겨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