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다시 만난 북한 양궁대표팀 최옥순 서기장(왼쪽)과 대한양궁협회 김일치 부회장. 예천=특별취재반
“저 기억나십네까?”
“누구시더라…. 87년 이탈리아서 만났던 최선생 아닙니까?”
대한양궁협회 김일치 부회장(62)은 22일 예천공설운동장 양궁장에서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북한팀 임원의 인사를 받고 깜짝 놀랐다. 16년 전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때 만났던 최옥순 서기장(51)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 것이었다.
지난 87년 김씨(당시 한국 양궁대표팀 전무)와 최씨(당시 북한 양궁대표팀 서기장)는 각각 남북 양궁팀을 이끌고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당시만 해도 남북 인사 접촉이 철저하게 금지되던 시절. 그래서 그 때 김씨와 최씨는 서로 마주보지도 못한 채 썰렁한 얘기만 몇 마디 나누고 돌아섰다.
16년이 흘러 22일 예천공설운동장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예전의 서먹서먹했던 대화를 화제 삼아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해졌다.
▼관련기사▼
- 태권도-농구 ‘복병’ 만나 휘청
- “사전보도로 비밀노출” 성화점화자 전격교체
- 남녘더위에 北女들 ‘파김치’
- 北 김혜영 “아침에 깨보니 U스타”
최씨는 87년 대회를 취재하던 본보 기자가 북한 선수팀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자 김씨에게 “남쪽 기자들 사진 좀 찍지 말게 하시라우요”라고 항의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처음에 못 오신다고 했을 때 정말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만나니 얼마나 좋습네까. 만남이 이어져 통일이 되지 않겠습네까.”
이들은 ‘심리단련훈련’(마인드 컨트롤)의 중요성 등 양궁 얘기 등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최씨는 “김진호 선생을 배출한 예천에 이렇게 좋은 국제 활쏘기장을 갖춰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기쁘다”며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꼭 통일이 돼 예천에도 자유롭게 오고 남쪽 선수들도 평양에 와 같이 활 쏘아야죠.”
예천=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