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2003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첫 남북대결인 테니스 여자복식 경기에 앞서 한국의 김연-이안나(왼쪽)가 북한의 황은주-신선애와 기념품을 주고받고 있다. 대구=연합
“북한이 한번이라도 이기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마음이 아파요.”
24일 테니스 여자복식 경기에서 북한 팀을 가볍게 2-0(6-1, 6-1)으로 이긴 한국팀의 김연(22)이 밝힌 첫 소감은 기쁨보다는 미안함이었다.
대구 유니버시아드 첫 남북대결이 열린 두류공원테니스장. 한국의 김연-이안나조(21·이상 명지대)와 북한의 신선애(23)-황은주조(18·이상 한덕수평양경공업대)간의 여자 복식경기는 일방적이었지만 따뜻한 형제애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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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식 정구만 치다가 테니스를 접한 지 3년이 채 안된 북한 선수들은 체력, 기량, 장비 모든 면에서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들이 쓰는 라켓도 6∼7년 이상 된 구형인데다 한 자루를 오래 써서 상당히 닳아 있었다.
한국의 송우규 감독(43)은 오히려 북한의 서브가 안 들어가거나 공을 막지 못할 때 더 아쉬워하는 모습. 송 감독은 “테니스한 지 3년밖에 안 된 것 치고는 기량이 대단하다. 연식정구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포핸드는 잘 치는데 백핸드가 잘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량이 밀리는 북한 선수들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경기 끝난 뒤에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을 뒤로 한 채 굳은 표정으로 라커룸을 향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북한 대학체육연맹과 테니스 연맹 휘장이 새겨진 페넌트를 선물하면서 따뜻한 우정을 과시했다. 한국 선수들도 대회 마스코트인 ‘드리미’ 인형으로 화답했다. 이날 남북대결을 보기 위해 테니스장을 찾은 400여 관중은 남과 북을 모두 응원했고 경기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로 이들을 격려했다.
대구=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