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24일 오후 땡볕이 내려쬐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육상 훈련장인 대구체육고. 한국 해병대 운동복을 입고 트랙을 질주하는 흑인선수 하나가 눈에 띈다. 해병대에서 용병이라도 뽑았을까.
이번 대회에 단 한명 밖에 없는 아프리카 차드 대표선수 지봉 떼기(23·사진)가 바로 그 주인공. 27일 육상 800m에 출전하는 그는 운동복이 하나 밖에 없는 ‘단벌 선수’. 대구의 무더위 속에서 오전 훈련으로 땀범벅이 되고나면 오후에는 젖은 옷 말고는 입을 옷이 없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그의 통역요원 해병대 양승상병장(24)이 자신의 운동복을 내 줬다.
지봉의 모국 차드는 아프리카 중남부 내륙에 있는 870만명의 인구에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밑도는 가난한 나라. 전국을 통틀어 육상 경기장은 단 한곳뿐.
지봉은 돈이 없어 선수촌 밖으로 쇼핑이나 관광 나갈 엄두를 못낸다. 대신 뷔페식인 선수촌 식당에서 5접시는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그래도 차드를 대표하고 있다는 그의 자부심만큼은 대단하다. “조국의 명예를 위해 꼭 우승하고 싶다. 주위의 기대가 큰 만큼 실망시키지 않겠다.”
꼬박 이틀이 걸려 한국에 도착한 지봉은 대학 졸업반으로 이번이 마지막 U대회 출전. 2001년 베이징대회 때 아쉽게 4위에 머물러 꼭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다. 그 꿈을 위해 역시 한 켤레 밖에 없는 다 헤어진 스파이크를 신고 하루 4시간씩 훈련에 열중이다.
그는 “차드도 요즘 섭씨 40도 이상 올라가지만 건조해 그리 덥지 않다. 하지만 이곳 대구는 습도가 높아 처음에 적응하는 데 힘들었다”고 말한다. 해외여행은 베이징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나홀로 출전’이라 외롭지 않느냐고 묻자 “선수촌에 같은 아프리카 선수들이 많아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학 1학년 때 육상에 입문 했으며 기록은 1분50초대.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어 졸업 후 외국계 회사 취직이 꿈이다.
대구=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