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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리처드 브라이들/北 식수지원 식량만큼 급하다

입력 | 2003-08-24 18:20:00


필자는 2년 반 동안 유니세프 북한사무소장으로 일하다 다음달 19일 태국 방콕의 유니세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소 부대표로 부임한다. 막상 북한을 떠나려니 여러 감회가 밀려온다. 무엇보다 이곳 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내가 겪어본 북한 주민들은 선량하기 그지없다. 이들은 재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줄 알며, 무엇보다 북한에 손님으로 와 있는 나를 비롯한 모든 외부 사람들에게 너무나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

북한에서 일하는 유니세프와 다른 인도주의 기구들은 그간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1990년대 중후반 기근과 경제 몰락으로 인해 예외적으로 높았던 어린이들의 영양실조였으나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이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비록 일각에서는 유엔의 역할과 효율에 대해 회의가 일고 있지만 이런 결과는 유엔이 세계의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유니세프는 또 북한 정부와도 매우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해 그 사회에 건설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 유니세프는 북한이 어린이 예방접종, 전염성 질병의 치료, 모유수유 및 무기질(비타민 및 미네랄) 보충 등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을 도왔다. 또 새로운 식수공급 시스템의 개발을 지원해 주민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할 수 있게 했다. 우리의 다음 과제는 어린이 보호소 등의 시스템을 전환하는 노력이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 어린이의 발육부진율은 매우 높다. 30년 내전에 시달린 앙골라보다 겨우 3% 낮을 뿐이다. 이는 영양실조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가를 보여주며 어린이들의 두뇌와 중추신경 발달이 얼마나 지연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척도다. 여기에 우리의 ‘좌절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영유아들이 어떤 음식(필수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하는)을 얼마나 적절하게(이들의 위는 아주 작아 자주 공급할 필요가 있으므로) 공급받느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에서는 더 많은 필수 의약품, 더 많은 무기염류, 더 많은 식수공급 시스템의 재건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북한엔 식량만 지원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식량만으로는 겨우 생존만 가능할 뿐이다. 북한에는 최근 몇 년 간 식수공급 시스템이 악화돼 1990년대에 비해 식수가 많이 줄었다. 해결책은 있다. 북한의 산에 있는 수자원을 중력을 이용해 마을과 도시로 끌어내리는 방법이다. 이는 펌프의 도움 없이도 가능하다. 유니세프는 현재 세계식량계획과 함께 1년에 고작 2, 3개의 식수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200개는 필요하지만 기금이 부족하다.

나는 모든 한국인이 통일을 기다린다고 믿는다. 한국을 너무 사랑하다 보니, 이는 곧 내 꿈이 되었다. 유니세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 꿈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야 한다. 여기서 더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할 두 분야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식수와 유아 섭생이다. 북한의 지속적인 개발에 대해서는 회의가 적지 않지만 유아들을 위한 식수와 올바른 섭생의 중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북한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자.

리처드 브라이들 전 유니세프 북한 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