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를 고려하면 남남(南南)갈등이 커지고, 남남갈등을 고려하자니 남북관계가 갈 길이 멀고….'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둘러싸고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사태가 잇따라 벌어지면서 정부는 남북간, 남남간 갈등의 사이에서 굽도 펴도 못하는 처지에 빠졌다.
북한 인공기 소각사건으로 북한에 유감 표명을 한 뒤 북한의 U대회 참가를 겨우 이끌어냈던 정부는 24일 남측 보수단체와 북측 기자들이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25일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전날의 충돌사태는 인공기 소각사건과 달리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밝힐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은 인공기 소각 때와 다르지 않느냐"고 말했고, 통일부 당국자도 "북측이 남한 사회가 '대통령 비판'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다원화된 사회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북측의 정부 사죄 요구를 일축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양비론에 가까운 입장이다. 문 실장은 일부 단체가 반북한 시위를 벌인데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꼭 그 장소에서 그래야 했는지,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고 반북한 시위도 비판했다.
또한 청와대는 남북간, 남남간 갈등이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 지속되면서 대북정책을 펴나가는데 상당한 장애가 되리라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는 "이미 8·15 행사가 보수 진보 양 진영으로 나뉘어 열렸을 때에 내부적으로 남남갈등이 심각한 수준이고, 앞으로 남북문제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보수 진보 양 진영에 국익을 위해 모두가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표명하는 문제를 검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대북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국민적 합의에 바탕한 투명한 대북정책 추진을 천명했는데, 지금과 같은 국론 분열 상황에서는 대북정책에 있어 합의점을 찾아내기 어려울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