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영화의 차이 중 가장 큰 것은 영화는 상업적인데 비해 방송은 공익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소재 제약이 항상 따르는데 그 중에 ‘불륜’같은 소재는 1순위로 방송 불가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혼남녀의 ‘동거’에 이어 결혼한 부부의 ‘바람’까지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당초 8부작으로 예정되었다가 인기를 업어 12부작까지 나간 MBC 미니시리즈 ‘앞집여자’의 진희경을 만나봤다.
김성덕=희경씨 ‘앞집 여자’가 인기를 끈 비결을 뭐라고 생각해요?
진희경=글쎄, 나의 빛나는 연기력 때문이 아니었을까요?(웃음) 진짜 이유는 최근 이혼 급증으로 가정의 소중함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시기와 타이밍이 맞지 않았나 싶어요. 남자가 바람피우고 여자가 울고불고 하면 ‘가족드라마’라고 하면서, 여자가 바람피우면 ‘불륜드라마’라고 왜 그렇게 야단법석인지 모르겠어요.
김=과거의 불륜드라마는 남편과 아내가 가정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됐는데, 이 드라마는 이혼하는 것으로 끝났는데….
진=사회가 변했는데 언제까지 드라마가 ‘공익’을 내세워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할 수는 없잖아요. 요즘 ‘애인 없는 아줌마’는 장애인이라는 농담이 있어요. 그리고 전국 각지에 러브호텔이 얼마나 장사가 잘 돼요? ‘옥탑방 고양이’가 ‘동거’를 전면에 내세웠듯 ‘앞집여자’가 ‘바람'을 현실적으로 다루니까 “맞아, 우리 주변에 저런 일이 있지”하고 시청자들이 공감한 것 같아요.
김=그래도 방송에서 결혼한 부부의 ‘바람’을 너무 가볍게 그리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남자들의 경우 바람을 피워도 가정을 깨는 경우는 드문데, 여성은 ‘바람’을 피우면 마음까지 주는 것이 본능적인 차이라고 해요. 그래서 ‘아내의 바람’은 가정 파탄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훨씬 큰데….
진=언제까지 본능적으로만 사실는지. 여성에게도 사랑하고 싶은 희로애락의 감정은 똑같은데 남자는 사회생활하면서 돈번다고 봐주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한다고 봐주지 않는 것뿐이지요. 결혼한 여자들이 바람을 피우는 것은 남자들의 잘못이 훨씬 커요. 남자가 먼저 바람을 피웠다든지, 여자에게 아무 신경도 안 써 주었다든지….
김=그럼 결혼해서 남편이 바람피우면 희경씨도 바람을 피울 수 있다는 애긴가요?
진=어허. 아직 시집도 못간 처녀를 이런 식으로 보낼려고 하시네. 솔직히 지금은 미혼이라 결혼의 경험이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내가 결혼하면 바람을 안 피울 거다, 피울 거다 모르겠다는 게 가장 솔직한 대답일 거예요. 근데 지금 생각으로는 남자가 맘에 안 들면 차라리 이혼하지 바람은 피우지 않을 거 같애요.
김=어떤 결혼을 꿈꾸시죠?
진=처녀들에게 결혼은 당연히 무지개 빛 꿈, 희망 같은 건데 내 주위는 거의 다 결혼하거나 ‘돌총 돌처’(돌아온 총각, 돌아온 처녀)들이라…. 하여간 주위를 보면 다들 지지고 볶고 사니 결혼이란 게 저런 건가도 싶기도 하고. 결혼해서 조그만 것에 행복을 느끼면서 살고 싶은데 도대체 내 남자는 어디서 아직 헤매고 다니는 거지? -끝-
방송작가·영화감독 CEO@joyfr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