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한국의 지거 스태츠’ 언제쯤 볼수 있을까

입력 | 2003-08-25 17:32:00


며칠 전 베이스볼 다이제스트란 미국의 야구 월간지를 보다 깜짝 놀란 일이 있어 소개한다.

지거 스태츠는 1919년 데뷔한 메이저리거였다. 그는 이때부터 28년까지 10년간 4팀을 옮겨 다니며 8시즌을 빅리그에서 뛰었다. 전성기였던 23년에는 시카고 컵스에서 타율 0.319에 209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산 성적은 타율 0.285에 737안타.

그가 후대에까지 기억되는 이유는 데뷔 이듬해인 20년 발을 들여놓은 것을 시작으로 만 45세가 된 42년까지 무려 18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는 것. 그는 이 기간 동안 3356안타를 때렸다. 이 부문 기록은 스펜서 해리스란 선수가 갖고 있는 3617안타가 최고 기록. 그러나 스태츠처럼 빅리그에서도 이름을 날렸던 선수가 그토록 오랜 세월을 마이너리그에서 뛰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러고 보니 그가 평생 날린 안타는 모두 4095개로 피트 로즈의 4256안타와 별 차이가 없다.

이밖에도 미국의 마이너리그는 조 윌호이트가 19년에 69경기 연속안타, 봅 크루즈는 48년 254타점, 폴 스탠드는 23년 325안타를 기록해 41년 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안타, 30년 핵 윌슨의 191타점, 20년 조지 시슬러의 257안타를 능가하고 있다. 2001년 배리 본즈의 73홈런은 54년 조 바우만의 72홈런 기록을 47년 만에 깬 셈. 본즈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 덧붙이자. 24일 그의 부친 보비가 57세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자 미국 언론은 이들 부자의 얘기를 대서특필하며 그의 사망을 애도했다. 스포츠 케이블 채널인 ESPN은 10쌍의 위대한 부자 선수를 선정하기도 했다.

올해로 22번째 시즌을 맞는 우리 프로야구가 130여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와 차별되는 점이 바로 이런 것들 아닐까. 그동안 국내 야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지만 미국의 마이너리그에 비교되는 2군은 여전히 초라하기 짝이 없고 부자 프로야구 선수는 아직 탄생하지도 않았다. 또 2군의 기록이 마이너리그처럼 상세하게 다루어지고 있지도 않다.

언제쯤이면 우리 프로야구도 2군 기록을 훑어보다 깜짝 놀랄 날이 올까. 선수노조 얘기만 나오면 아예 문을 닫고 말겠다는 사장님들의 결연한 의지를 앞에 두고 엉뚱한 상상을 한번 해봤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