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특별취재반
휴일인 지난 24일 오후. 유니버시아드 수영과 테니스 경기가 열리는 대구 두류공원은 인파로 붐볐다. 그 틈을 어렵게 비집고 휠체어 한대가 다이빙 경기장으로 향했다.
최창현씨(38·대구 남구 대명동·사진). 그는 선천성 뇌성마비 1급 중증 장애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뇌신경조직 장애로 사지가 마비됐고 말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한다. 팔다리를 쓸 수 없어 빨대를 입에 물고 겨우 휠체어를 조정해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그는 대회 개막부터 북한 선수들의 경기를 찾아다니며 응원하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금새 땀투성이가 되고 북적거리는 경기장도 낯설지만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한편으로는 남북이 갈라져 있다는 게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세계에 남북 젊은이들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정말 기뻐요.”
그는 고향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휠체어로 일본 열도를 누빈 주인공. 휠체어에 유니버시아드 깃발과 한반도기를 달고 지난 4월10일부터 6월18일까지 3400여km를 주파한 것.
규슈 가고시마에서 열도 종단을 시작한 최씨는 후지산에도 올랐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에게 장애인 복지 메시지가 담긴 편지를 전달해 현지 교민과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31년 동안 방안에만 틀어박혀 살던 그가 처음 세상으로 나온 것은 95년. 실의에만 빠져 있을 게 아니라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듬해 장애인 복지단체인 ‘밝은내일’을 설립했고, ‘중증장애인 독립생활지원센타’도 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의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99년 월드컵 성공개최를 위한 국토종단에 나섰다. 2001년엔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해 워싱턴DC까지 미국 대륙 횡단에도 성공했다. 매일 80km씩, 8개월을 달려야 하는 어려운 행군이었다.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우리 국토 종단이 마지막 꿈입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는 대구유니버시아드가 끝나면 북한 장애인에게 휠체어 보내기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대구=특별취재반
△스포츠레저부=권순일 차장 김상호 김종석 정재윤 기자
△사회1부=최성진 차장 정용균 이권효 기자
△사진부=안철민 전영한 강병기 박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