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에 신혼여행?’ 아프리카 적도 기니의 육상 커플 세르히오(왼쪽)와 마리 루즈. 대구=특별취재반
‘유니버시아드는 사랑을 싣고.’
아프리카 적도 기니의 육상 커플 세르히오(26)와 마리 루즈(18). 이들에게 선수촌 아파트 205동 204호는 신혼집이나 다름없다. 방3개짜리 숙소를 둘이서 쓴다. 세르히오는 육상 100m 200m, 루즈는 400m가 주종목. 적도 기니 선수단은 이들 2명이 전부다.
이들은 2001년 한 육상모임에서 처음 만났으며 올해 루즈가 세르히오와 같은 국립 적도기니대학에 입학하면서 8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며 가까워졌다. 세르히오는 “열심히 뛰는 루즈의 열정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둘 다 “그저 친한 친구 사이”라고 말하지만 같은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선수촌에 미리 신혼여행을 온 예비부부”라며 부러운 눈치다. 대구 시내 관광이라도 나가면 꼭 손을 잡고 다니며 정겹게 기념사진도 찍는다. 숙소에선 한 방에 있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는 게 자원봉사자들의 얘기.
이들의 모국 적도 기니는 아프리카 중서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나라. 2000년 시드니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개헤엄’을 쳤던 무삼바니가 바로 이 나라 출신이다. 무삼바니 이름을 꺼냈더니 루즈는 깔깔 웃으며 “가나에서 수영 코치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1인당 GDP가 2000달러에 불과하고 문맹률이 50%에 이르지만 이들은 엘리트 커플. 경영학과 졸업반인 세르히오는 대기업에 취직할 계획이고 의대생 루즈의 장래 희망은 소아과 의사.
세르히오는 25일 유니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100m 예선에서 루즈의 열렬한 응원에도 불구하고 11초5의 기록으로 출전선수 8명 중 6위에 그쳐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뛰는 도중 어깨와 허벅지 경련이 와 평소 기록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메달 보다는 좋은 추억을 만들면 그뿐이다.”
대구=특별취재반
△스포츠레저부=권순일 차장 김상호 김종석 정재윤 기자
△사회1부=최성진 차장 정용균 이권효 기자
△사진부=안철민 전영한 강병기 박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