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태권도 대표 장용성(왼쪽)과 박소연씨. 대구=특별취재반
‘주경야독’은 바로 그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낮엔 도복을 입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다 밤에는 책과 씨름한다.
미국 태권도 대표팀의 일원으로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한 재미교포 박소연(23·미국명 크리스티나 박)과 장용성(22·미국명 C.J). 대표로 뽑혀 모국을 찾은 태권도 실력이니 안 물어봐도 될 터.
박소연은 미국의 명문 매사추세츠공대(MIT) 석사 출신이며 장용성 역시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법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뒤 올 5월 졸업했다. 운동과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
“몸은 하나인데 둘 다 잘하려니 솔직히 힘들어요.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죠.”
72kg급에 출전한 박소연은 미국에서 태어나 10세 때 처음 태권도장에 다니기 시작했으며 현재 공인 3단. 한국어도 유창한데다 어릴 적부터 공부도 잘했다. 태권도 외에 소프트볼 선수로도 활약했으며 바이올린과 피아노도 잘 다루는 팔방미인. MIT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올 6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기장치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보통 2년 걸리는 석사과정을 1년 만에 마친 뒤 이번 대회에 대비해 태권도 훈련에 전념해 왔다.
1m95, 83kg의 당당한 체구인 장용성은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이번이 첫 한국 방문. 태권도 사범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5세 때 태권도를 시작해 공인 5단이다. 이번 대회 84kg 금메달 후보였으나 얼마 전 다친 왼쪽 무릎 때문에 아쉽게 1회전 도중 기권했다. 그는 법과대학원이나 의과대학원에 도전할 생각.
“태권도 대회에 원정갈 때는 늘 교재나 숙제거리를 갖고 다닙니다. 비행기나 호텔에서 틈틈이 봐야하거든요. 한국에선 너무 일찍 운동을 시작하고 거기에만 매달리다 보니 쉽게 그만두고 재미도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학원 스포츠 정상화를 부르짖는 국내의 열악한 현실 속에서 이들의 모습은 부럽게만 보였다.
대구=특별취재반
△스포츠레저부=권순일 차장 김상호 김종석 정재윤 기자
△사회1부=최성진 차장 정용균 이권효 기자
△사진부=안철민 전영한 강병기 박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