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00m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강태석이 환하게 웃고 있다. 대구=특별취재반
‘총알탄 사나이’는 한국에서 왜 나오지 못하는 것인가.
남자 100m 한국기록 10초34. 이는 4반세기동안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79년 9월9일 멕시코시티 유니버시아드에서 서말구(47)가 세운 것.
예선 2라운드서 10초49의 쾌속질주를 하며 메달까지 기대했던 한국 대표 강태석(28·안양시청)은 26일 오전 유니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다시 한번 한국 신기록에 도전했다. 하지만 강태석은 10초76기록으로 6위에 그치며 결승진출에도 실패했다.
마라톤과 함께 육상의 꽃으로 불리는 100m 종목의 한국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인간 총알’에 비유되는 육상 100m 세계 최고기록은 지난해 9월 파리 그랑프리대회에서 팀 몽고메리(미국)가 세운 9초78. 99년 모리스 그린(미국)의 최고기록을 0.01초 단축하는데 3년이 넘게 걸렸다. 이 속도는 1초에 평균 10.22m를 뛴 것으로 시속 39.88km에 해당한다.
반면 한국 신기록은 24년이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서말구의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것은 85년 장재근이 기록한 10초35가 전부다. 일본의 이토 고지가 98년 방콕에서 세운 아시아 최고기록인 10초00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기록.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강태석은 ‘지원 부족과 무관심’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허울에 갇혀 육상연맹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할뿐더러 기업이나 국민들도 무관심하다는 것.
고등학교만 해도 10개 조 이상으로 나뉠 정도로 선수 층이 두텁지만, 대학 진학 후에는 단거리 종목을 대부분 포기하는 바람에 1∼2개조만이 출전해 우물 안 싸움을 펼치는 것이 우리의 현실. 단거리 선수들은 제대로 된 실업팀 하나 없이 시·군청에서 배고픈 질주를 하고 있다.
강태석은 “기량 있는 신인을 어릴 적에 발굴해 해외 전지훈련도 지원하고 외국의 유능한 코치도 영입해 지원한다면 우리도 충분히 메달을 딸 수 있다”며 “추운 날씨 때문에 겨울에 훈련을 몇 달 씩 쉴 수밖에 없는 국내현실에서 메달은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 육상연맹은 이토 고지라는 국제적인 선수를 만들기 위해 1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했다. “메달을 따면 지원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지원을 해줘 선수들의 능력을 키우고 메달을 기대하는 것이 순서”라는 게 마지막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베테랑 스프린터 강태석의 지적이었다.
대구=특별취재반
△스포츠레저부=권순일 차장 김상호 김종석 정재윤 기자
△사회1부=최성진 차장 정용균 이권효 기자
△사진부=안철민 전영한 강병기 박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