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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홍혜경 가곡음반 전세계 동시 출시

입력 | 2003-08-26 18:13:00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를 비롯한 유럽권으로, 통상의 경로와 반대 방향으로 진출하며 월드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소프라노 홍혜경(46). 그가 세계적 음반사 EMI 산하의 ‘버진’ 레이블로 한국 가곡 음반을 내놓는다. 이 앨범은 한국 가곡으로서는 최초로 다음달 1일 전 세계에 동시 배포될 예정. 발매를 앞둔 음반을 입수해 들어보았다.

수업시절 이탈리아의 소프라노 레나타 스코토를 이상형으로 삼았다고 고백하는 홍혜경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그렇듯 설렘이 촉촉하게 녹아 있다. 조용하고 순수하지만, 얘기를 나누어 보면 발그레한 얼굴로 항상 재미있는 화제를 꺼내 상대를 즐겁게 만드는 아리따운 처녀와도 같은 느낌이다.

반주부는 김덕기(서울대 교수)가 지휘하는 파리 앙상블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언뜻 귀에 와 닿는 인상은 반주에 사용한 악보가 지극히 ‘보수적’이라는 점. 고음 현악기 합주가 멜로디를 주도하고, 플루트 또는 오보에의 독주가 이따금 색채를 바꾸어주는 것은 70년대 라디오에서 듣던 가곡 반주부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정겹기는 하지만 자칫 단조로운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그다지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홍혜경의 목소리가 새로운 갈래로 변화를 주고 있기 때문. 아울러 그와 지휘자가 모든 노래를 처지지 않게 비교적 ‘당긴’ 템포로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그 덕택에 정겨운 선율들은 현대적 감성에 알맞은 세련미의 옷을 입고 있다. 그러나 ‘보리밭’에서는 좀 더 느긋하게 끌고 가서 악보 행간에 숨쉴 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면 더 나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향의 노래’의 ‘고향집…싸리울엔’ 대목에선 한번 지긋이 누르고 넘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마음속의 현(絃)을 가장 깊이 건드린 트랙은 ‘동심초’. 오페라의 극적 순간에 등장하는 아리아처럼 감정의 기복이 다양하게 교차하는 선율을, 때론 누르고 때론 풀어주는 요령 있는 음성연기로 수놓고 있다.

이 아름다운 선율이, 유럽 각국을 비롯한 세계의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기를 기대하는 행복한 공상! 그러나 홍혜경의 매력은 음반을 통해서는 일부밖에 전달되지 않는다. 그의 큰 키와 수려한 자태는 무대를 압도하며, 또한 무대에서 울리는 그 목소리의 볼륨은 음반에서 전해지는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홍씨는 9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시작으로 27일까지 대구 울산 부산에서 오랜만의 고국 독창회를 갖는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