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어느 국가 수반보다 노동문제를 잘 안다고 자부해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해 화물연대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선무당'이라는 표현을 섞어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27일 '선무당 노무현이 노동자 잡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노 대통령에게 독설(毒舌)을 퍼부었다.
성명은 아예 모르는 것보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사고를 친다는 뜻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스스로 노동운동에 대해 좀 안다고 하는 노 대통령이 연일 노동자들을 매도하고 민주노총을 욕하면서 강경탄압을 지시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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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의 이번 성명은 노 대통령이 26일 "이번 화물연대 사태에 민주노총이 밀접히 개입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민주노총에 포문을 연 직후 나온 것으로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이처럼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노 대통령은 노동문제에 직접 관여한 경험이래야 1987년 6월 항쟁 직후 몇 달에 그쳤고 노동사건 담당 변호사를 할 때도 재벌을 비롯한 기업 변호인 활동을 겸했었다"며 노동문제에 관한 한 '선무당'이라고 규정했다.
노동문제를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 어설프게 아는 노 대통령이 뒤틀리고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노동운동을 매도하고 있다는 것.
성명은 이어 "노 대통령이 설사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잠깐의 인생경험이 가슴에 남았다 해도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은 다를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노동운동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엉뚱하기 짝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민주노총의 성명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탄식만 나온다'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민주노총 인터넷 홈페이지(www.nodong.org) 게시판에서 "노 대통령이 노동자를 잡는다면 당신들은 국민을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진희'라는 ID의 근로자는 "월급 85만원에서 이것저것 떼고 나면 20만원이 남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 차마 올려달라는 말을 못하고 있다"며 "나 같은 사람도 많은데 경제를 먼저 생각하라"고 되물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민주노총이 서운한 감정을 갖는 것은 이해하지만 불법 집단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정책기조는 옳은 것 아니냐"며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표현을 한 것도 지나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성명서 전문 보기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