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평균 아기 수(합계출산율)는 1.1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첫 해는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2023년보다 몇 년 앞당겨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02년 출생·사망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아이보다는 일이 우선
독신 인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2001년 기준으로 1.30명 수준이었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에는 1.17명으로 0.13명 감소했다.
이 같은 수치는 일본(1.32명), 뉴질랜드(1.90명), 미국(2.01명) 등 지금까지 2002년 인구 통계를 발표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31개국 중 2001년 기준으로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았던 체코(1.14명), 스페인(1.22명), 이탈리아(1.25명)가 매년 평균적으로 0.01~0.03명 정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수준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인구 증가율 10년새 절반 이하로
지난해 한해동안 태어난 아기는 49만5000명(하루 평균 1356명)으로 2001년(55만7000명)보다 6만2000명이 줄었다.
반면 사망자는 24만7000명(하루 평균 677명)으로 2001년(24만3000명)에 비해 4000명이 늘었다.
이에 따라 인구 자연 증가율(인구 1000명당 출생자와 사망자 차이)은 5.2명으로 10년 전인 92년(11.3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구 감소 시대 앞당겨질 듯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가 임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춘석(李春錫) 통계청 인구분석과장은 "한국은 최근 3년 동안 합계출산율이 매년 평균적으로 0.15명씩 줄어드는 등 하락 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크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해가 다소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은 지난해 장래 인구 추이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 인구가 5063만8000명이 되는 2023년 이후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출생 성비(性比) 격차는 다시 커져
여자 아기 100명당 남자 아기 출생자수를 나타내는 출생 성비는 93년 115.3명까지 올라갔다가 점차 줄어 2001년에는 109명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2002년에는 110명으로 다시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제주가 118.4명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 115명 △경북 114.5명 △경남 113.2명 순이었다. 반면 인천은 107.2명, 강원 107.4명, 부산 108.1명 등으로 비교적 낮았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