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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추기경 "햇볕정책의 공과 따져봐야 할 문제"

입력 | 2003-08-27 16:23:00


천주교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은 27일 창간한 인터넷신문 '업코리아'(www.upkorea.net)와의 인터뷰에서 '햇볕정책'을 둘러싼 우리사회 갈등에 대한 심각한 성찰을 촉구하고, 출범 6개월을 맞은 노무현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적 일침을 가했다.

김추기경은 안병영(安秉永·연세대 교수) '업코리아' 대표와의 대담에서 "출범 6개월을 맞은 노무현 정부가 아직도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처음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는데 그 기대가 자꾸만 무너진다"고 밝혔다.

김추기경은 "왜냐하면 대통령 자신 그 특유의 소신이 확고하고, 자기가 옳다고 믿고, 바로 그런 확신에서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차차 더 느끼게 됐기 때문이며, 만일 그렇다면 개선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충언했다. 김추기경은 이어 "이제는 제발 그의 소신이 이 나라와 민족을 그릇된 길로 이끌어 가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또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회장의 비극적 죽음를 계기로 '햇볕정책'에 따른 '남남갈등'에 대해 심각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추기경은 "햇볕정책으로 남북한 사이에 진정한 의미의 화해와 협력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우리모두 심각하게 성찰해봐야 한다"며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자세와 체제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오히려 북한은 이를 계기로 민족공조를 앞세우며 남한에 친북 반북의 분열, 즉 '남남 분열'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히 지적돼야할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추기경은 "남북화해와 협력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이념과 국민적 공감이 함께 해야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통일 지상주의'를 경계하며, '어떤 통일'인가를 묻지 않는 '몰(沒)체제적' 통일론은 분명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추기경은 "세계화를 반대한다고 쇄국적 의미의 민족주의에 빠져서는 안되며, 북핵문제를 두고 이른바 민족공조를 지나치게 앞세우는 데도 이런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또 "배타적 민족주의에서인지 일부 젊은이들이 극단적으로 반미, 친북경향을 보이는 것은 저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며 "특히 한총련 일부학생들이 미군 사격훈련장에 기습 진입한 것은 크게 잘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