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지난달 말 ‘재건축아파트 가격안정방안’을 주제로 비공개 토론회를 가졌다. 정부의 각종 재건축아파트 규제 강화 노력에도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값이 안정되지 않자 대책을 세우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토론회에서는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제 △재건축아파트 조합원지분의 매매 금지 △재건축아파트단지 내 임대주택공급 의무화 등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는 참석자들에게 토론내용은 물론 토론회 자체를 비밀에 부쳐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비밀은 지켜지지 않았고 며칠 뒤 일부 내용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당시 건교부는 “실무자가 정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연 회의였을 뿐”이라며 의미 축소에 급급해했다.
그런데 며칠 뒤 다른 언론을 통해 또다시 토론내용이 보도됐다. 이번에는 “변호사 등을 통해 시행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며 보도내용을 인정했다. 실제로 기자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재건축과 관련해 새로운 규제를 마련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정부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외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이미 아파트재건축에 대한 강력한 규제 방안을 담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민원을 우려한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후속조치를 세우지 않고 있어 시장 참여자들이 법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 이 때문에 강남권 아파트재건축에 ‘묻지마 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남 집값이 안정되지 않는 근본원인은 최근 몇 년 간 계속되는 초저금리와 수백조원에 이르는 시중의 부동자금이다. 이를 정부가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법안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다. 정책담당자가 해야 할 일이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황재성 경제부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