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노란손수건’에서 미혼모 자영(이태란·오른쪽)과 영준(조민기·왼쪽)의 결혼식. 이들은 자영이 낳은 아들 지민(가운데)이 영준의 성을 가질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사진제공 KBS
호주제를 다룬 드라마들이 이 제도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나 아직 가부장적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자단체 ‘미디어세상 열린 사람들’(이하 미디어열사)은 26일 보고서 ‘드라마 속의 호주제’에서 7월28일부터 8월23일까지 방영된 KBS1 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월∼금 밤 8·25), MBC 아침드라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월∼토 오전 9시), S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월∼토 오전 8·30)를 분석하고 이같이 지적했다.
‘노란 손수건’과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는 미혼모의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둘러싼 친모(親母)와 친부(親父) 일가의 갈등을 골자로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호주제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드라마는 아버지가 어머니의 의사와 상관없이 아이를 자기 호적에 올릴 수 있는 인지신고제나 아이가 친부가 아닌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문제 등을 다뤄 호응을 얻었다.
‘그대 아직도 …’의 7월11일 방송에서는 손자의 인지신고를 하고 돌아온 황 여사(나문희)가 “정말 너무하더라. 확인 절차도 없이 이렇게 쉽게 되다니….”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들의 한계로는 비슷한 상황 설정이 지적됐다. 미혼모에만 줄거리의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호주제가 미혼모만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할 우려가 있었다는 것. 문제의 발단이 된 아이가 모두 아들이라는 점에서 ‘대 잇기’를 중시하는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비판받았다. 또 친부의 현재 부인들이 이중인격자(‘그대 아직도 …’)와 정신병자(‘당신 곁으로’)로 그려져 아이 없는 여성은 비정상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반영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주 ‘노란 손수건’은 33.2%로 1위를 기록했고, ‘그대 아직도 …’는 17.1%(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