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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시대]금융교육으로 마이너스 금리 넘는다

입력 | 2003-08-27 17:27:00


올해부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융교육’은 미국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경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경제 시스템이 대부분 미국식으로 개편된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청소년을 상대로 한 금융교육은 역사가 짧은 편이다. 미국정부는 민간단체, 금융업계와 힙을 합쳐 체계적인 교육 환경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미국에서 청소년 금융교육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이다. 청소년 금융지식 수준에 대한 일련의 심층적인 연구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온 것이 전환점이 됐다.

97년 미국의 민간 금융교육 전문기관인 점프스타트는 충격적인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고교 3학년 학생들의 금융지식 수준은 형편없었다.

같은 해 센트럴오클라호마대에서는 한 신입생이 신용카드빚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대학생 카드빚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자연히 카드회사들이 여론의 공격을 받았다.

이 가운데 비자(Visa)사는 금융교육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금융교육 프로그램 준비에 착수했다.

최근의 한국도 비슷하다.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의 늪에 빠졌고 청년층 자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신용불량 확산문제를 해결하려면 금융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미국의 금융교육은 정부와 민간단체 그리고 금융업체 등이 ‘삼위일체(三位一體)’가 돼 진행 중이다.

정부와 의회는 청소년의 금융교육을 촉진하는 법안을 만들어 환경을 조성하고 민간단체와 금융기관은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직접 교육에 나서는 식이다.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NCLB(No Child Left Behind)’법을 만들었다. 이 법은 ‘어떤 어린이도 낙오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교육혁신이 필요한 27개 분야에 3억8400만달러(약 4600억원)를 투입하고 학생들의 경제지식을 국가적 차원에서 평가하기로 했다.

NCLB법은 경제교육이 학교의 정규 교육에 정착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2001년 재무부는 수학과 금융교육을 접목시킨 중학교용 교재인 ‘돈으로 본 수학(Money Math)’을 제작해 배포했다.

직접 가르칠 교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많다. 콜로라도 경제교육협의회는 초등학교 3∼6학년 교사를 위해 ‘미니 소사이어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미국증권업협회(NSAD) 등도 교사들에게 증권 관련 지식을 가르친다.

주(州) 단위 금융교육도 활발하다. 일리노이주에서는 ‘학교에서의 은행(Bank at School)’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이 교내 은행 점포에서 저축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또 ‘저축은 재미있는 것이다(Saving is Fu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예금을 할 때마다 스티커를 주는 등 저축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역 은행의 도움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의 참여 학생은 84년 5600명에 불과했지만 98년에는 200만명으로 늘어났다.

이보다 앞서 미국 사회에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은 민간단체들이다. 전국경제교육연합회(NCEE) 전국금융교육기금(NEFE) 등 100여개가 넘는 비영리단체가 금융교육을 위해 노력해 왔다.

NCEE는 2000년 수입이 839만7000달러(약 100억7640만원)에 달하는 단체이며 이 돈으로 금융교육 및 교육자 지원을 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노력도 중요=금융기관들도 금융교육용 자재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적극적이다. 일부 은행은 금융교육 단체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소버린 은행은 97년 금융교육 사이트(www.kidsbank.com)를 만들었다. JP모건체이스뱅크와 비자카드 등은 수백만달러를 금융교육 관련 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금융기관들은 아이들이 은행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계좌를 개설 하면 계좌유지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청소년에게는 수수료를 줄여주거나 아예 면제해주고 있다. (자료제공:국민은행 투자신탁협회)


워싱턴=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시애틀=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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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들-빈곤층에 알기쉽게" 금융교육사이트 친절한 설명 ▼

미국투신협회(ICI) 교육기금이 만든 금융교육 사이트(www.icief.org)에 들어가면 먼저 흑인 남녀 2쌍이 인사를 하는 장면(사진)이 나온다.

이 사이트는 사회적 약자인 미국 흑인들이 손쉽게 경제 금융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흑인 및 빈민 단체와 투신협회가 공동으로 만든 것. 협회 홍보담당 간부인 존 콜린스는 “흑인들은 소득이 같은 다른 인종보다 투자에 대한 지식이 낮다”며 “지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이트 안에는 흑인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유익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투자란 무엇이며, 투자 목적과 위험, 장기 분산 투자와 복리의 마력, 은퇴자금과 자녀 학자금 마련하는 법 등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투자지식이 낮은 흑인들을 위한 것인 만큼 각종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 글을 읽지 못하는 흑인들을 배려하기 위해 동영상과 음성으로 설명이 돼 있다. 또 어려운 단어는 어김없이 사전 기능을 추가했다.

한 주제에 대해 개관 장점 강의 사례 등 체계적인 학습을 돕는다. 배운 것을 얼마나 이해했는지에 대한 시험도 본다. 실제 인물 사례편에서는 흑인 투자자가 자산의 재정상태와 투자 목표, 투자 성과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콜린스씨는 “사회적 약자들이 효과적인 경제활동을 하도록 언론과 사회단체 금융회사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을 위한 선택’(www.choosetosave.org) 역시 빈곤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사이트에는 수십개의 다양한 비디오와 오디오 파일이 첨부돼 있다. 빈곤층 투자자들이 경제 금융 투자 등의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이러한 인터넷 사이트는 사회적 약자는 물론 다양한 계층에게 금융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 수단이 됐다.

워싱턴=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