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사들여 은행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제일은행과 한미은행에 이어 국내 8개 시중은행 가운데 3개가 외국계 회사에 넘어갔다.
외환은행과 론스타는 27일 “론스타가 코메르츠방크와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우선주 5710만주를 주당 5400원에 인수하고, 외환은행이 발행하는 신주(新株) 2억6875만주를 주당 4000원에 매입키로 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본계약 내용=외환은행 총 매각가격은 우선주 인수분 3084억여원과 신주 매입분 1조750억원을 합쳐 1조3834억원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 51%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론스타는 또 외환은행의 ‘전략적 투자자’로 남아 향후 2년간 지분매각이 제한된다.
논란이 됐던 사후손실보전(풋백옵션·인수 후 발생하는 손실만큼 인수가격을 깎아주는 것)은 본계약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소송 등에 대한 보상조항(Indemnification)’은 포함됐다.
론스타는 인수대금을 다음달 말까지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다.
외환은행은 다음달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신주 발행과 경영진 교체를 결의할 계획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사내외 이사 10명 가운데 7명을 파견한다. 나머지 이사 3명은 기존 대주주인 코메르츠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은행 몫으로 남게 된다.
이번 계약으로 외환은행 대주주 지분은 △론스타(51%) △코메르츠방크(14.75%) △수출입은행(14.00%) △한국은행(6.18%) 순으로 조정됐다.
코메르츠방크는 외환은행 주식을 주당 8253원에, 수출입은행은 주당 6675원에 매입했다가 이번에 주당 5400원에 매각하게 돼 큰 손실을 입게 됐다.
한편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본계약 체결 직후 외환은행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높이고 등급전망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조정했다.
▽외국계 진출의 배경=론스타 등 외국계 대형펀드와 은행들이 국내 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국내 은행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산업의 구조조정이 거의 이뤄져 앞으로 경기만 회복되면 은행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은행과 보험이 결합된 방카쉬랑스가 도입되면서 은행의 영업 분야가 넓어진 점도 투자유인으로 작용했다.
이 밖에 현행 은행법이 국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취득을 발행주식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점도 외국계 진입 확대의 이유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론스타 펀드는 ▼
론스타펀드는 1991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설립돼 현재 14개국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투자펀드다. 주로 부동산이나 구조조정 투자를 해 왔다. 전 세계에 6000여건, 180억달러의 부동산 관련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내 투자규모도 10조원을 넘는다.
주요 투자자는 미국의 연·기금과 사립학교 재단, 유럽계 투자자 등 대형 투자기관이다. 회사 본사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근거지인 텍사스에 있어 미국 내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를 설립한 존 크레이켄 회장은 지금까지 오너 겸 최고경영자(CEO)로 현역에서 일하고 있다.
론스타펀드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 당시 자산관리공사(현재 KAMCO)로부터 5000억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면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한빛여신전문을 매입한 데 이어 이번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국내 금융계의 큰 손으로 등장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