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도인들에게 ‘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유도인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답은 똑같다. 바로 '한호산'이다.
‘타이거 한’으로 알려진 독일유도대표팀 총감독 한호산씨(65·사진). 63년 유도 불모지 독일에 지도자로 건너간 그는 2001년 독일대표팀 감독에서 은퇴할 때까지 38년 동안 독일에 56개의 국제대회 금메달을 안긴 ‘독일 유도의 대부’다.
독일대표팀 감독 은퇴 뒤에도 총감독으로 남아 대표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씨가 오랜만에 하계유니버시아드가 열리는 대구를 찾았다.
“일본이 유도 종주국이라고 자부하지만 한국 유도는 일본이 갖지 못한 독특한 기(氣)와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독일이 일본인 지도자 대신 나를 불렀고 지금까지 그들을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한씨가 독일체육회의 초청을 받은 것은 61년.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위에 그쳤지만 80kg에 불과한 작은 체구로 100kg 이상(당시는 체급 구분없이 무제한급으로만 경기가 열렸음)의 거구들을 메치는 모습에 반해 지도자 제의를 한 것.
홍익대에 재학중이던 한씨는 학업 때문에 고민했으나 독일측에서 니더작센주 감독으로 일하며 하노버공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바람에 63년 독일행을 결심했다.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생활을 계속하던 한씨가 독일대표팀 감독을 맡은 것은 64년. 이 해 도쿄올림픽에 트레이너로 참가한 한씨의 지도로 독일이 유도에서 처음으로 은메달과 동메달을 1개씩 따 내자 아예 남녀대표팀 감독을 맡긴 것. 그가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2001년까지 독일은 올림픽 금메달 2개를 포함, 숱한 세계챔피언을 배출하며 유럽 유도의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독일 정부는 이런 한씨의 공을 기려 67년 ‘국민훈장’을 수여했고 독일유도연맹도 2001년 사상 처음으로 한씨에게 9단을 수여했다.
독일은 물론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지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과도 깊은 친분을 맺은 한씨는 올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막판 득표활동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유도경기가 시작된 25일부터 계명문화대 수련관을 떠나지 않은 채 선수들의 경기를 분석하기에 바쁜 한씨는 “가끔 제주도에 집을 짓고 편안히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도 독일에서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