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이젠 딱 걸렸어’
수확기에 과일을 닥치는대로 먹어 치워 ‘과수원의 무법자’로 불리는 까치가 수난을 겪고 있다. 까치의 횡포에 속수무책이던 농가들이 ‘포획틀’이란 신종 장비로 탁월한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포획틀은 텃새인 까치가 자기 영역을 고집스럽게 지키려는 습성을 이용한 장비다.
포획틀은 어구(漁具)처럼 가로 3m, 세로 4.5m, 높이 3m의 단순한 철망상자지만 이 안에 다른 곳에 사는 까치 2∼3마리를 넣어두면 과수원의 까치가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철망 안에 있는 까치를 공격하게 된다. 공격에 나선 까치는 상자 위쪽 가운데에 파인 7cm 정도의 홈을 통해 틀 안으로 들어가고 일단 들어간 까치는 날갯짓을 하기 때문에 빠져나올 수 없다.
그동안 과수농가들은 까치와의 눈물겨운 전쟁을 벌여왔다. 카바이드(carbide)를 이용한 폭음소리와 피라미드 모양의 반사거울, 반짝이 줄, 죽은 까치 달아놓기 등 초기에는 효과를 보이던 각종 방법도 점차 내성(耐性)이 생긴 까치들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1ha당 1000여만원이 드는 방조망(防鳥網)을 설치하는 농가도 있었지만 시설비 부담이 컸다. 직접 사냥을 하는 극약처방은 전문 사냥꾼을 동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와중에 나주배연구소가 지난해 개발한 포획특은 농가의 고민을 씻어줬다. 제작 비용도 20만∼30만원이면 족한 데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효과가 좋았다.
전남 나주배농협은 포획틀 한 곳당 까치 70∼80마리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 영암군 신북면 최동현씨(57)는 “올해 포획틀을 까치가 잘 보이는 과수원 옆에 설치했는 데 지금까지 100마리를 잡았다”며 “이제야 까치 공포에서 해방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