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가 유럽촬영에 가족을 동반해 관광을 즐긴 것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KBS의 방만한 운영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공영방송 직원이 공금으로 가족을 해외여행 시켜 준다며 노골적으로 자랑했다니 국가대표방송의 기강이 겨우 이 정도인지 실망스럽다.
그 돈이 어떤 돈인가. 사기업의 개인자금도 아니고, 국가기간방송 운영을 위해 온 국민이 빠짐없이 내는 준조세 성격의 TV수신료다. ‘공적인 돈을 사적인 곳에 쓰면서 혈세를 낭비’한 사실이 KBS 자체감사도 아닌 동행 교수의 기고를 통해 밝혀졌으니 “시청료 물어내라”며 시청자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처럼 흥청망청 쓰이는 수신료가 비단 이뿐인지 의문이다. 지난달 국회에 제출됐던 KBS 결산안이 부결된 것도 이 같은 방만한 경영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노동생산성은 민영방송 SBS의 절반에 불과하면서도 예비비 112억원을 성과급 인상분으로 나눠 가질 만큼 KBS 전체가 나태와 무사안일,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은 아닌지 겸허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그런데도 KBS는 과감한 경영쇄신과 인적자원의 효율적 운용을 추진하기는커녕 기회 있을 때마다 수신료 인상만을 거론하고 있다. 공공성과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이는 구실에 불과한 느낌이다. 정연주 사장은 취임 이후 공영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경쟁력 낮은 조직 및 운영체계를 정비하고 품질 높은 프로그램을 내놓는 데는 미흡했다고 본다. 이러한 자체 내의 문제점은 덮어둔 채 기존사회질서를 무리하게 비판하는 ‘개혁성’만으로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KBS는 물의를 일으킨 PD를 징계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의 재산인 전파와 시청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공영방송인의 윤리의식과 근무기강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