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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달러앞엔 형도 없었다…파리세계육상선수권

입력 | 2003-08-27 18:01:00


‘오일 달러’ 앞에선 ‘혈육의 정’도 없었다.

케냐 출신으로 카타르에 귀화한 사에드 사이프 사힌(21)이 2003파리세계육상선수권 남자 3000m 장애물경기에서 케냐 유니폼을 입은 형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7일 파리 생드니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3000m 장애물 결승. 사힌은 8분04초39로 우승한 뒤 5위(8분13초37)를 차지한 친형 아브라함 체로노(23세·8분13초37)와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등을 돌렸다. “나는 카타르인이고 내 형은 케냐인이다.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게 사힌의 말.

제9회 파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①

사힌은 돈 때문에 스테펀 체로노란 이름을 버리고 카타르를 새 조국으로 선택했다.

월 1000달러를 평생 받기로 약속하고 국적을 바꾼 것. 우승하면 100만달러를 받기로 해 이번 금메달로 상금 6만달러를 포함해 한꺼번에 106만달러를 벌어 ‘육상 갑부’가 됐다.

2위는 케냐의 에제키엘 켐보이(8분05초11). 케냐는 자국 출신 사힌의 벽에 막혀 대회 7연패를 놓쳤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가 금메달을 딴 것은 99년 세비야대회에서 북한 정성옥의 여자마라톤 제패 이후 4년 만이다.

남자 50km 경보에선 폴란드의 ‘철각’ 로베르트 코제니우프스키(35)가 3시간36분03초를 기록하며 1위로 골인, 자신의 종전 세계 최고기록(3시간36분39초)을 36초 앞당기며 우승했다.

여자 800m에선 ‘철녀’ 마리아 무톨라(31·모잠비크)가 1분59초89로 켈리 홈스(2분0초18·영국)를 제치고 1위로 골인했다. 축구선수 출신인 무톨라는 93년 슈투트가르트대회 첫 우승 이후 지금까지 6차례 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 동메달 1개씩을 따내 여자 중거리의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남자 400m에서는 단 한번도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미국의 무명 제롬 영(27)이 44초50으로 우승했다.

여자 세단뛰기에서는 러시아의 타티아나 레베데바(27)가 15m18로 2연패에 성공했고 남자 원반던지기에서는 리투아니아의 비질루스 알레크나(31)가 69m69로 1위를 차지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