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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공원 안된다"…학계-시민 백지화 촉구 성명

입력 | 2003-08-27 18:03:00

성명서를 낸 학계와 시민단체 인사들은 ‘반구대 암각화’와 같은 세계적 선사유적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발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울산시에 개발계획 백지화를 요구했다. -김미옥기자


한국암각화학회(회장 임세권), 반구대사랑시민연대(대표 이재호) 회원 등 100여명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간동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00년부터 울산시가 추진 중인 울산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盤龜臺 巖刻畵) 공원 조성사업은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개발을 중지하고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구대 암각화란 태화강 상류인 대곡천 골짜기의 너비 6.5m, 높이 3m가량의 큰 바위 등 11개 바위 면에 고래 호랑이 사슴 어류 조류 사람 등 약 300개의 그림이 새겨져 있는 선사시대 문화재. 1999년 국보 285호로 지정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상현 울산대, 김홍남 이화여대, 김정희 원광대 교수 등 학계 인사들과 만화가 박재동씨, 소설가 심상대씨 등 문화계 인사들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반구대 암각화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해양계 암각화라며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한 울산지역의 선사유적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발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문화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나아가 울산시가 추진 중인 반구대 암각화 공원 조성사업을 백지화하고 “암각화 관련 학회와 지역 문화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가칭 ‘울산 선사공원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이 성명서에는 역사학회, 한국미술사학회 등 150여개 단체 및 문화계 인사들이 서명했다.

1970년 반구대 암각화를 처음 발견한 문명대 동국대 교수(미술학과)는 “이지역은 2km에 걸친 공룡 발자국, 신라 역대 왕들, 정몽주, 정선 등의 유적이 함께 남아 있는 곳으로 문화재청이 나서서 보호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섣부른 개발을 우려했다.

울산시는 세계의 암각화를 비교 관람해 선사인의 고래잡이 문화를 학습할 수 있는 ‘선사문화 전시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에 따라 2000년부터 총 공사비 160여억원을 들여 이 지역 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임세권 회장은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공간이었던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 관광버스가 드나들도록 도로를 확장하고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