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국가의 중장기 비전으로 설정하고 ‘투자 활성화’로 요약되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적극 추진하면서 마의 1만달러 시대를 탈출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내수경제는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경제의 회복 지연과 원화 환율의 지속적인 강세 등으로 수출마저 경쟁력이 약화돼 올해 목표인 무역흑자 80억달러 달성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올 상반기의 경우 북핵 문제를 비롯해 이라크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화물연대 파업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출액은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6.7% 늘어난 73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기조를 하반기에도 유지 확대하려면 기업은 기업대로 기술혁신과 고부가가치 상품개발, 원가절감 등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정부도 노사관계 안정, 해외 마케팅에 대한 과감한 지원, 수출보험지원 확대 등 수출에서의 불확실성과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수출은 한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으며,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조기 졸업할 수 있게 해 준 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인건비 등 제조 원가의 상승, 노사관계 불안,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어 안타깝다.
수출 증대를 위해 가장 효과적이면서 긴급하게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이 수출보험 지원 확대일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각국 정부의 직접적인 수출지원제도는 상대국과의 통상마찰 때문에 원천적으로 기대할 수 없지만, 수출보험은 국제적으로 용인되고 있다. 수출보험제도는 수출을 한 뒤 수입자에게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을 공적 수출신용기관이 보상해 주는 것으로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해 활용하는 제도다.
한국은 일본 및 유럽 기업과 치열한 수출경쟁을 하는 가운데 중국 등 낮은 원가를 무기로 하는 국가들의 맹추격을 받아 수출경쟁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 대안은 수출시장을 동유럽,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가로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인 플랜트 연불수출(장기 외상수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플랜트 수출은 산업 연관 효과가 크기 때문에 부품소재 산업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한국의 무역역조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랜트 수출은 대금 회수 기간이 길고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로 수출하는 것인 만큼 보험으로 리스크 보장이 돼야 한다.
한국은 지난해 42조원을 수출보험으로 인수해 전체 수출액의 18.7%가 수출보험의 지원을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출보험의 인수액이 10% 증가하면 수출은 2.2% 늘어난다. 그러나 아직 한국의 수출보험기금 규모는 열악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한국의 수출보험기금 잔액은 1조3000억원으로, 보험사고 발생시 지급해야 할 금액의 19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 등 선진국 평균인 10분의 1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국가 비전 달성과 수출 증대를 위해 기업과 정부의 조화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수출 한국의 위상이 굳건해야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국가 비전도 비로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정우택 삼성물산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