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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생떼에 또 저자세인가”…北 “U대회 불참”-정부 “사과”

입력 | 2003-08-27 18:19:00


“북한측의 태도나 당국의 저자세, 그 모두가 짜증스럽습니다.”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한 북한대표단이 특정 단체의 비판이나 사소한 사안 등을 내세워 계속 남측의 사죄를 요구하고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이 ‘북한 선수단 자극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당국의 저자세가 이어지자 대구 시민들과 U대회 관계자들은 짜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당국이 갖가지 방법으로 북한을 비판하는 행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서도 ‘북한 눈치 보기로 인해 우리 사회의 정당한 의사 표현의 자유가 억압돼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北선수단 숙소 담당 류창섭원장 인터뷰

▽북한측 생떼와 당국의 저자세=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장인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은 27일 “북한측을 초청해 놓고 그들의 지도자를 비방하는 것은 결례이고 분명히 잘못된 행위”라고 거듭 북측을 달랬다.

이에 대해 조직위 실무진 중 일부는 “북측의 잘못된 점을 분명하게 따지는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며 격앙된 모습이다.

특히 조직위 관계자는 23일 북측 여성 응원단 숙소에서 동전과 화투 등이 나온 데 대해 우리측이 북한측이 입소하기 전 청소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 데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북측 관계자가 양해를 했는데도 뒤늦게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북측 여성 응원단을 희롱하는 시(詩)라고 주장한 것은 2000년 7월 25일 출력한 A4용지에 담긴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제목의 시였다. 이 시는 절대자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어 널리 애송되고 있다.

일부 진보단체들의 “북한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대구시민들조차도 “북측이 걸핏하면 민족과 동포를 내세우면서도 사소한 일에 억지를 부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여성 자원봉사자는 “외국인들도 이번 대회 운영에 만족하고 있는데 같은 동포인 북측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억지 처벌=대구 수성경찰서는 27일 경기장 주변에서 확성기로 북한 비방 발언을 한 광주 S교회 전도사 김모씨(41·광주 남구 방림동)를 자동차 관리법 및 옥외광고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일행 2명을 훈방했다.

김씨 등은 26일 오전 대구월드컵경기장 주변에서 확성기로 북한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고 유인물을 뿌렸다.

경찰은 김씨 등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려다 혐의를 찾기 힘들자 1t 냉동차 위에 무허가로 난간을 설치하고(자동차관리법 위반) ‘북한 공산당은 반드시 무력 남침한다’는 문구를 마음대로 새겼다(옥외광고물관리법 위반)는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북측 선수단을 방해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북측에서 물고 늘어지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측 인사 고소=보수단체인 주권찾기시민모임 회원 장형렬씨(34)는 27일 서울지검에 북한 기자 김모씨와 전극만 북한선수단 총단장을 상해 및 협박 혐의로, 이병진 대구지방경찰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장씨는 “24일 대구 유니버시아드 경기장 부근에서 기자회견 당시 북한 기자들에게 폭행을 당했으며 이 청장은 폭력사태 현장에서 현행범을 체포하지 않았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북한 기자들도 남한에서 범법을 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남북한 당국간에 체결된 선수단 신분보장 각서를 이번 사안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성호(諸成鎬) 중앙대 교수는 “북한은 표현의 자유가 존중되는 우리 사회의 특성을 부정하면서 자기들 체제의 존중만 요구하는데도 정부는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 땅에서 마음대로 말도 못하고 자유를 억압당한다면 오히려 남북 화해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