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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문화 바뀌고 있다…아름다운 재단 3돌 '나눔문화' 확산

입력 | 2003-08-27 18:26:00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복권 당첨자, 모바일 게임회사, 군에 간 아들을 잃은 아버지,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

얼핏 공통점을 찾기가 힘들어 보이지만 한 가지 같은 점이 있다. 바로 소액 기부를 통해 ‘나눔의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

‘아름다운 재단’이 출범 3주년을 맞았다. 아름다운 재단은 2000년 8월 설립된 이후 풀뿌리 소액 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해 ‘아름다운 1%’ 나눔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는 단체. 발족 이후 자발적인 소액 기부자들이 꾸준히 늘어 정기적인 기부자만 80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재단에서는 이들을 ‘1%들’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지난 3년간 기부한 금액은 아름다운 재단의 전체 모금액 100억원 중 8억원을 차지한다.

재단의 첫 기부자였던 김군자 할머니(75)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다. 17세 되던 해 일본군에 끌려가 20세 때 광복되던 해까지 위안부 생활을 한 할머니는 귀국한 뒤에도 떠돌며 가정부나 술집 생활을 하는 등 힘든 삶을 살아왔다.

김 할머니는 “고아로 자라면서 야학을 8개월 다닌 것이 평생 배움의 전부다. 부모 없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보탬이 된다면 여한이 없겠다”며 자신의 장례비용을 제외한 전 재산 5000만원을 쾌척했다.

김 할머니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보육시설 퇴소를 위한 장학금을 지원받은 대학생이 14명에 이른다. ‘김군자 할머니 기금’으로 명명된 기금의 액수도 계속 늘어 8000만원을 넘어섰다.

김 할머니의 기금에는 모바일 게임회사에서부터 1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교사, 인터넷 무술 동호회까지 다양한 개인과 단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20여개에 이르는 기금 외에도 담뱃값을 아껴 기부하는 ‘금연 1%’, 보험에 들고 사망할 경우 보험금이 재단으로 자동이체되는 ‘보험 1%’, 그리고 ‘휴가비 1%’ 등 1%의 종류는 다양하다. ‘슬픔 1%’에는 군대에 간 아들을 사고로 잃고 받은 위로금의 10%를 기부한 아버지도 있다.

이런 ‘1%들’이 모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3주년 축하행사를 가졌다. 김 할머니를 포함해 150여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박원순(朴元淳) 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3년을 회상했다.

“3년 전만 해도 언론에 보도되는 선행기사가 일주일에 3, 4건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하루에도 10건 이상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체 모금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모금문화의 확산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기부문화의 확산을 뒷받침하듯 올 들어 7월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금된 성금은 모두 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9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단체 윤수경(尹秀卿) 사무총장은 “연말연시에 일시적으로 집중되는 성금이 연중 기부형태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며 “기업 모금의 비중이 줄고 개인의 모금 참여가 크게 늘어나는 것도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