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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中小수출업체 비명]“신용추락이 더 문제”

입력 | 2003-08-27 18:30:00


화물연대의 집단 운행거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특히 중소 수출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보다 컨테이너를 구하기가 더 힘든 데다 수출 납기 차질은 곧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전구를 생산하는 경기 용인시의 J사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사흘에 2대꼴로 출하해야 하지만 트럭을 구하지 못해 지난 1주일 동안 단 2대만을 내보냈다. 이번 주에는 단 1대도 출하하지 못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피해액만 3억원이지만 문제는 돈이 아니라 신용”이라며 “수출기업에 납기일을 못 맞춘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경기 포천에 공장을 두고 있는 N섬유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컨테이너를 구하지 못해 일반 트럭으로 물건을 실어 보내고 있지만 다음 주가 고비다.

일반 트럭에 물건을 실어 부산항으로 내려 보낸 뒤 다시 컨테이너로 물건을 옮겨 선적하다 보니 물류비가 대당 200만원씩 추가로 들어가고 있다. 선적 지연에 따른 피해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최소 2억3400만원가량 손실이 발생했다.

컨테이너 차량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이런 상황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운송업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컨테이너 1대 분량이 안 되는 소량화물을 미국으로 급하게 보내기 위해 25일 차량 섭외에 나섰던 인천의 한 해운회사 직원 이모씨(39)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를 인천에서 부산까지 보내는 데 평소 40만원이던 것이 130만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잇따른 파업으로 수출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상당수 중소 수출업체들은 ‘한국에서 기업하기가 어렵다’며 제조업을 그만두고 싶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담요를 수출하는 부산 사상구 S사의 경우 5월 화물연대의 1차 운송거부로 수억원의 손실을 입은 데 이어 이번 사태로 벌써 40만달러(약 5억원)의 수출 차질을 빚었다. 공장의 조업률도 50%로 떨어졌다.

이 회사 대표 C씨는 “담요의 원자재인 원사의 수입이 끊어진 데다 재고마저 바닥나 2, 3일 후에는 공장가동을 중지해야 할 판”이라며 “30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요즘처럼 어려운 적이 없어 업종을 전환하거나 사업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수출거래를 트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단 며칠 만에 거래가 깨지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원=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