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정부요직 인사 때마다 자신과 ‘코드’가 맞는 대통령직인수위원들을 발탁해 인재풀이 협소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2월 인수위 활동을 마감하면서 “원칙적으로 인수위원들을 (대통령비서진과 내각에) 기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으나 지금까지 30명의 인수위원 중 21명을 청와대와 내각에 배치했다.
▽인수위원 핵심요직 진출 21명=인수위원 30명 중 민주당으로 복귀한 임채정(林采正) 인수위원장과 김한길 기획특보, 이낙연(李洛淵) 당선자 대변인 등 3명을 제외한 27명 가운데 21명이 청와대나 내각의 핵심요직에 발탁됐다.
인수위 부위원장이었던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각 분과 간사 출신인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 권기홍(權奇洪)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허성관(許成寬) 해양수산부 장관, 윤성식(尹聖植) 감사원장 내정자 등 내각의 장관급 이상만도 5명이나 된다. 대통령비서진과 대통령직속기구의 책임자 중 장관급은 이정우(李廷雨) 정책실장과 김병준(金秉準)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이종오(李鍾旿) 정책기획위원장 성경륭(成炅隆)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 4명이다. 대통령비서진으로는 이병완(李炳浣) 홍보수석비서관과 정만호(鄭萬昊) 의전비서관, 박범계(朴範界) 민정2비서관 등 7명이 발탁됐다.
▽‘코드’ 정치 및 인재풀 논란=노 대통령은 2월 21일 인수위원 간담회에서 “인수위원들은 마음을 비워 달라”며 가능하면 내각과 청와대에 기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리끼리 갈라 먹으면 밑천이 줄어든다. 인수위원들은 내 자산으로 삼고 여기서 추천한 외부 사람을 써야 내 자산도 2배, 3배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인수위원들을 자문단으로만 활용하려던 방침을 바꿔 요직에 잇따라 발탁함에 따라 ‘인수위 때 코드가 맞았느냐’를 인선기준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25일 경제지 편집국장단과 가진 합동인터뷰에서 “너무 ‘코드’를 찾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지만 나는 ‘코드’를 고집하려고 한다. 노무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 가치관의 문제다”고 밝혀 ‘코드 중시’ 인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집권 이후의 프로그램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 “인수위 때 호흡을 맞춘 사람들이 아무래도 쓰기가 편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은 “인수위 출신의 기용은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 측면에서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들의 새 정부 요직 진출 현황인수위 당시 직위
현 직책부위원장김진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기획조정분과 위원*이병완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성경륭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정무분과 위원*김병준대통령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윤성식감사원장 내정박범계대통령민정2비서관외교통일안보분과 위원*윤영관외교통상부 장관서동만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종석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서주석NSC 전략기획실장경제1분과 위원*이정우대통령정책실장허성관해양수산부 장관이동걸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정태인대통령직속 동북아경제중심위원회 기획실장경제2분과 위원박준경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박기영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순천대 교수)사회문화여성분과 위원*권기홍노동부 장관 국민참여센터 본부장이종오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부본부장박종문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일본 요코하마총영사 내정)인수위 대변인 정순균국정홍보처 차장행정실장정만호대통령의전비서관
*표시는 인수위 간사.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