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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軍 창설’ EU 또 분열조짐

입력 | 2003-08-27 18:44:00


이라크전쟁 찬반을 둘러싸고 분열상을 드러냈던 유럽연합(EU)에 또 다른 불씨가 등장했다. 유럽 독자방위 및 유럽군 창설 문제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프랑스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 독자방위 구상을 저지하기 위해 별도의 ‘유럽 방위력 강화 구상’을 내놓을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의 구상은 벨기에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부 내에 EU 군사력 강화 문제를 전담할 ‘기획 조직(planning cell)’을 설치하자는 것. NATO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유럽군 창설을 주장하는 프랑스 독일의 구상과는 기본 성격이 다르다.

앞서 프랑스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 정상들은 4월 유럽안보방위연합(ESDU) 창설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ESDU는 NATO와는 다른 별도의 군사동맹체. 미국의 입김 아래 있는 NATO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이었다.

프랑스와 독일은 영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EU 헌법 초안에 ‘높은 차원의 군사협력을 모색한다’는 문구를 삽입, 유럽 독자방위 준비에 박차를 가해 왔다.

유럽 독자방위를 추진해 온 4개국은 모두 이라크전쟁에 반대했던 나라들. 이에 맞서 유럽 내 미국의 맹방이자 이라크전쟁에 앞장섰던 영국이 맞불을 놓은 것은 유럽 독자방위 문제가 이라크전쟁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말해준다.

영국은 특히 자국의 구상을 관철하기 위해 이라크전쟁 당시 연합군 편에 섰던 스페인 이탈리아 및 동유럽국들과 공동전선을 구성할 것이라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이럴 경우 이라크전쟁 전과 똑같은 양상이 재연되는 셈.

하지만 유럽 독자방위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럽 국가들이 입으로는 ‘독자방위’를 외치지만 막상 돈주머니 열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

대부분 EU 국가의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 안팎이다. 한 해 GDP의 3%인 3500억달러(약 420조원)를 쏟아 부으며 EU 15개 회원국 국방비 총액의 3배를 쓰는 미국으로부터의 ‘홀로 서기’는 그만큼 요원할 수밖에 없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