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쿨하스'의 모델인 탤런트 김래원.
스타의 옷차림은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스타가 입은 옷이나 액세서리는 곧바로 소비자들의 모방심리를 자극, 그 제품의 판매 증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불경기 속에서는 패션 업체들의 홍보 전략 중 가장 강력한 도구로 쓰인다. 스타들에게 특정 아이템을 협찬하는 것부터 이들을 영업에 끌어들이는 것까지 스타마케팅의 강도와 형태는 다양하다.
●스텝 1: PPL
꽤 오래 전부터 ‘PPL(product placement)’ 마케팅이 많이 쓰여 왔는데 이는 특정 상품이나 이미지를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시키는 방법이다.
삼도물산의 캐주얼브랜드 'asap' 사업에 참여한 베이비복스.
‘PPL’의 성공사례로는 최근 종영한 MBC 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남자 주인공, 탤런트 김래원을 수 있다. 그가 드라마 속에서 입은 신원 ‘쿨하스’ 티셔츠가 큰 인기를 끈 것.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신생 캐주얼 브랜드인 쿨하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근 손예진, 송혜교 등 여성 스타들이 TV드라마에서 입은 옷들도 곧바로 품절로 이어지기 일쑤다.
연예인들과 친한 유명 스타일리스트에게 패션 업체들의 구애가 집중되는 것도 ‘PPL’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증거다.
●스텝2: 광고 모델
스타를 통해 슬쩍 제품을 노출하는 협찬 방식보다 좀 더 적극적인 형태다.
최근 트렌드는 소위 ‘명품’ 브랜드마저 스타를 기용하는 데 몸이 달아올랐다는 것. 이들은 과거에는 자칫 스타의 후광에 브랜드의 고유 이미지가 가려질까 걱정해 전문 패션모델들만 써왔다.
루이뷔통이 올가을 광고 모델로 제니퍼 로페스를 지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브랜드가 스타를 모델로 내세운 것은 처음. 로페스는 자신의 의류 브랜드와 향수를 가지고 있어 이 브랜드 모델로 적절한지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도 로페즈를 기용한 것은 그가 ‘현대적인 여성성’을 상징하는 데 가장 적합해 매출 신장에 날개를 달아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루이뷔통의 수석 디자이너인 마크 제이콥스는 2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 모델로 영화배우 위노나 라이더를 내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라이더는 당시 백화점에서 옷을 훔쳐 달아나다 법정에 서게 되면서 관심의 초점이 됐다. 라이더와 ‘마크 제이콥스’와의 만남은 당연히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베르사체 역시 이달부터 전문 모델 대신 스타를 택했다. 가수 크리스티나 아귈레라를 등용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보다 젊고 신선하게 쇄신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3단계: ‘엔터 패션 프로젝트’
국내의 모 캐주얼 업체는 최근 스타 A와 광고계약을 했다. 하지만 그는 공개석상에서 다른 업체의 옷을 더 많이 입었고 이에 따라 이 브랜드의 홍보 효과가 반감됐다. 이처럼 스타마케팅의 부작용이 표출되자 브랜드 런칭이나 판매 과정부터 스타를 끌어들이는 ‘엔터 패션 프로젝트’가 제안되고 있다.
삼도물산의 신규 캐주얼 브랜드 ‘asap’은 베이비복스가 판매부터 광고까지 관여해 판매 수익의 일정량을 받게 된다.
남성 패션계의 최고 트렌드 세터로 정평이 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지난해 9월, 영국 브랜드 ‘막스 앤 스펜서’를 통해 자신의 이름 이니셜과 선수복 등번호를 딴 10대용 의류 브랜드 ‘DB07’을 런칭했다. 그는 이름을 빌려주고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대가로 판매 수익의 일부를 받고 있다. 베컴이 1년간 챙긴 수익의 1700만달러(약 204억원).
●스타마케팅의 진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베컴을 염두에 두고 그의 전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전원에게 의상을 제작해 주겠다고 했다가 낭패를 봤다. 베컴이 최근 레알 마드리드로 옮겼기 때문.
이처럼 광고 모델 또는 적극적인 협찬 대상으로 삼은 스타가 소속을 바꾸거나 스타가 공개석상에서 경쟁사의 제품을 입는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종신 계약을 추진하기도 한다.
역시 베컴과의 종신 계약을 맺기 위해 아디다스는 최근 스포츠계 최고의 조건을 제시했다. 계약이 성사되면 베컴은 1억파운드(약 1900억원)를 받게 된다. 단 공개석상에서 스포츠 의류나 운동화를 신을 때는 모두 이 브랜드 제품을 착용해야 한다. 아디다스는 베컴이 은퇴하고 나서 인기가 하락할지도 모르는 가능성마저도 감수하겠다는 심산이다.
이현주 퍼스트뷰코리아 패션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