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은 성격을 반영하며, 성격이 나타난 걸음은 운에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어린 시절 복도가 긴 집에 살면서 마루를 뛰어다니기가 예사였다. 이럴 때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걸음걸이에 대한 훈계를 시작하셨다.
‘걸음은 어릴 적부터 몸에 배야 한다. 단전에 힘을 주고 발을 가볍게 떼어서 마치 큰 배가 움직일 때 요동 없이 떠나는 듯한 느낌을 주어야 참을성도 있고 대성한다’는 말씀이었다. 아랫배에 힘을 주어 자세를 반듯하게 해야 그 걸음걸이에 걸맞은 좋은 운이 온다는 거다.
큰 인물일수록 기쁜 일이 있다고 어깨를 흔들며 우쭐대고 걷지 않으며, 좌절했다 해서 고개를 숙인 채 맥없이 터덜터덜 걷지 않는다. 기(氣)를 안배할 줄 아는 진중한 태도가 있다.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는 않았어도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걸음걸이가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
걸음걸이는 체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체격이 좋은 사람은 중후한 듯 약간 느리게 걸어야 하고 호리호리한 사람은 조금 날렵하게 걸어야 어울린다. 덩치 큰 사람이 바삐 걸어가면 허둥지둥 쫓겨 보인다. 마른 체형이 천천히 걸으면 아프고 심약해 보이며 운도 쇠약하다.
걸음은 성격을 반영하며, 성격이 나타난 걸음은 운에 영향을 미친다.
가슴을 쫙 펴고 걷는 사람은 매사에 강한 운이 따르고 사생활도 행복하다. 가슴을 오그리고 걷는 사람은 자신감이 약하며 운기도 나약하다. 어깨로 걷는 사람은 자기주장이 강하며 건달기질이 다분하다. 정치인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운기의 변화가 심하고 하는 일에 부침이 많다.
어깨로 걸으면서 팔까지 흔들면 자신에게 도전하는 자는 결코 용서하지 않고 제거해 버리는 무서운 사람이다. 운이 강하지만 잘못되면 한없이 추락할 수 있다. 몇몇 전직 대통령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걸음이다.
턱을 치켜들고 걷는 사람은 허영이 있어 현실적이지 못하고 거만하며 금전 운이 약하다.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은 소심한 성격에 작은 일은 잘할지 몰라도 큰일을 하기는 어렵다.
총총걸음으로 바삐 걸으면 마음이 여리면서도 성급하며 강한 열정은 부족해 성공보다는 실패쪽에 가깝다.
자주 뒤돌아보며 걷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고 믿음도 못 주는 사람이다. 엉덩이를 뒤로 쑥 내밀고 걸으면 끝맺음을 매끄럽게 하지 못하며 저력이 부족하다.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고 걸으면 머리보다는 몸 쓰는 일에 능하고 품격은 떨어진다. 발이 무거운 듯 질질 끌며 걷는 사람은 걱정 근심이 많고 뭐하나 시원하게 되는 일이 없다.
뒷짐을 지고 걷는 것은 ‘내가 어른이요, 여유 있게 관조하겠다’는 자세로 선생님들이 대개 그렇다. 여성이 뒷짐을 지고 오리걸음을 걸으면 천상천하 유아독존형이다. 남편이 있어도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다. 넘어질 듯 급하게 앞으로 쏠리면서 걷는 사람은 마음이 급하고 실수가 많다. 발소리가 크면 예의범절이 바르지 못하며 성공은 어렵다. 반대로 도둑고양이처럼 인기척 없이 걸어도 사기성이 있고 생활의 안정은 더디게 온다.
여성의 몸에 중량감이 있으면서 걸음이 당당하면 독립심이 강하고 남성과 대결하여 성취하기를 즐긴다. 지인 중에 예쁘장하고 작은 체구에 영리하게 생긴 여성이 있다.
마냥 귀여운 모습이지만 그녀는 유능한 부하들을 휘하에 두고 일을 척척 해내고 있다. 억센 부하를 휘어잡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다름 아닌 걸음걸이에 있었다. 무 다리로 체격에 비해 약간 넓게 걸으면서 땅을 힘차게 밟는, 그런 걸음이라면 어디서나 수장이 될 수 있다.
나쁜 걸음걸이를 명쾌하고 힘찬 걸음으로 바꾸면 운도 저절로 풀릴 수 있다. 물론 자신의 걸음걸이를 알기란 쉽지 않다. 옆 사람에게 봐달라고 부탁하거나, 캠코더로 녹화라도 해서 개선의 여지가 없는 지 살펴보자. 이런 열성과 의지가 바로 행운을 불러들이는 첫걸음이다.
주선희 인상 연구가 joo33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