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도시의 중국음식점 ‘슈’에서 일하는 평범한 배달원 ‘슈슈’. 그녀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웬만한 남자를 능가하는 강철 체력, 특수 철가방을 개발해낸 두뇌, 가위와 칼을 다루는 데 범상치 않은 솜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슈슈’는 바로 가위 하나로 조폭 세계를 평정했던 ‘가위파’의 보스 차은진(신은경). 은진은 도심 빌딩 옥상에서 상대 조직과 격렬한 싸움을 벌인 끝에 큰 부상을 입고 기억을 잃어버린다. 길에서 은진을 발견하고 구해준 중국집 주방장 재철(박준규)과의 인연으로 과거를 잊은 채 ‘배달의 기수’로 변신한 것이다.
이 영화는 2001년 추석, 전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53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조폭 마누라’의 속편. ‘조폭마누라’의 신은경과 ‘가문의 영광’의 정홍순 감독. 흥행 배우와 흥행 감독이 힘을 합쳤다.
속편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성 조폭 보스’라는 발상에서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은진이 맨손으로 3인조 은행강도를 때려잡아 ‘용감한 시민상’을 탔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예전의 라이벌인 백상어파가 은진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백상어(장세진)는 킬러를 보내 은진을 제거하려 시도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은진은 이를 막아내야 한다.
‘이것저것 안 들어간 게 없다’는 제작사의 자랑처럼, 이 영화에는 코믹과 액션, 멜로, 그리고 가족애까지 온갖 재료가 버무려져 있다.
먼저 웃음의 코드. 기억을 되찾으려는 은진의 눈물겨운 노력이 포인트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우산을 들고 나가 번개칠 때를 기다리는가 하면, 스스로 쇠꼬챙이를 콘센트 구멍에 꽂아 전기충격을 시도하기도 한다. 여기에 다양한 코믹 캐릭터들이 가세한다. 1편에서 카리스마로 무장했던 백상어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코믹 조폭으로 변신한다. 킬러로 등장하는 준만(최준용)과 은진에게 남자 유혹법을 가르쳤던 세리(최은주) 등도 웃음을 자아내는데 한몫한다.
물론 액션도 푸짐하다. 첫 장면부터 박진감 넘치는 격투신이 펼쳐지고, 중간 중간 차고 때리고 부수는 장면이 이어진다. 멜로도 빠지지 않는다. 은진을 향한 중국집 주인 재철의 마음은 꽤 애틋하다. 그런데 여기에 가족애까지? 재철(박준규)과 그가 보육원에서 입양한 철부지 딸이 가족의 소중함을 말해준다.
온갖 양념을 이것저것 다 집어넣다보니 결국 겉모습은 그럴 듯한데 맛은 밍밍한 ‘퓨전요리’같은 느낌을 준다.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너무 거창했을까.
잔가지를 이어주는 중심드라마가 약해 이야기들이 겉돈다. 웃으라고 집어넣은 장면들이 너무 뻔해 제때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 게다가 시장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으려는 악덕 사채업자와 결탁한 백상어파에 맞서 은진이 정의의 편으로 나선다는 설정은 좀 황당하다. ‘와호장룡’의 장쯔이가 마지막 장면에 깜짝 출연하지만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9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