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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절반의 성공'

입력 | 2003-08-29 16:56:00


북핵 문제를 논의한 6자회담 1차회담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채 종료됐다.

물론 이번 6자회담은 대화를 통한 북핵 폐기를 위해 2차회담을 계속한다는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공동합의문을 만들어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6개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데 공감대를 가진 것은 이번 회담의 성과로 평가된다. 북핵 폐기와 안보우려를 해소하고,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는 가운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유일한 방안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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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회담이 추후 회담 일정과 공동의 합의사항을 담은 문서를 만들지 못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데서 종료된 것은 6개국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으로 회담 참가국들은 회담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협의에 앞서 2차회담 일정 조정에만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핵문제의 속성상 이같은 1차회담의 결과는 예견됐던 사항이다. 본격적인 협상은 2차회담부터 시작될 것이며, 1차회담은 각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기회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참가국들이 공동의 합의문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북한이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다고 반발하면서 각자 입장을 발표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진행 과정이나 결과물로 평가해볼때 4월에 열린 북-중-미 3자회담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셈이다. 다만 6개국이 회담의 지속을 위해 노력한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한차례 회담만 열리고 결렬된 3자 회담보다는 진전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6개국이 회담을 지속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향후 6개국이 과연 어떤 역할을 통해 북-미간의 입장을 조정할 수 있냐의 여부다.

앞으로 회담 재개 문제를 두고는 우리정부와 중국 정부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회담과정에서 북한과 중국 대표단에게 미국 정부가 2차회담에 가서야 협상안을 제시할 것임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회담부터는 본격적인 협상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1차회담에서의 입장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북한이 폐막식에서 6개국이 공감한 합의내용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같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 회담 중간중간에 남북접촉을 통해 서로 이해를 구한 것도 향후 우리 정부의 역할에 무게를 싣게하는 대목이다.

이번 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국제적인 위상을 높인 중국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2차회담 성사 및 본격적인 협의를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차회담 과정에서 북-러 양자접촉을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중국이나, 납치자 문제에 집중했던 일본 정부가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남은 과제는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여부다.

핵 폐기와 북한의 안보우려 사항에 대한 북한과 미국간의 입장차이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담이 종료된 것도 부담스럽다. 회담 진행과정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문제삼으며 핵실험 의사까지 던졌던 북한에 대해 미국 행정부내 보수파들이 문제를 삼을 경우 회담진전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과연 선 핵폐기 입장을 접고, 북한의 요구대로 동시병행의 원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의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미국이 동시병행 원칙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도 좋다"고 말해 이같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베이징=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