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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근무시대]근로조건 변화

입력 | 2003-08-29 18:45:00


《주5일 근무제의 근거법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9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주5일 근무제 시대’가 열리게 됐다. 법 개정으로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로가 자리를 잡게 되면 그동안 일상생활을 지배해온 ‘토요일 반휴(半休), 일요일 전휴(全休)’ 개념이 바뀌면서 사회 경제 교육 문화 레저 등 모든 영역에서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인 근로조건의 변화를 시작으로 주5일 근무제가 산업계, 교육현장, 일반인의 생활 형태 등에 가져올 파장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쉬는 날 많아진다=1주일에 쉴 수 있는 주(週) 휴일이 하루에서 이틀로 늘어남에 따라 연간 휴일 휴가일수는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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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휴일과 법정공휴일이 겹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10년 경력의 직장인에게 발생하는 연간 휴일 휴가는 현재 일요일 52일, 공휴일 17일, 월차 12일, 연차 19일(개근 10일, 2년째부터 1년마다 1일 추가) 등 100일.

그러나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월차 폐지, 연차 조정(개근 15일, 2년째부터 2년마다 1일을 추가하되 연간 15∼25일 범위), 공휴일 2일 축소에도 불구하고 연간 휴일 휴가일수가 138일로 늘어난다.

전체적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국내 근로자들의 휴일 휴가일수는 연간 134∼144일이 돼 일본(129∼139일) 영국(136일)을 뛰어넘어 독일(137∼140일) 미국(121∼163일) 등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임금 등 근로조건=휴일 휴가가 늘어나는 대신 연월차 수당은 감소한다. 법은 ‘기존의 임금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는 포괄적이고 상징적인 임금보전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본급 연월차수당 초과근로수당 등을 모두 합친 종전 총액임금이 주5일 근무제 시행 후 줄어들지만 않으면 된다는 뜻.

따라서 주5일 근무제 도입 이후에도 실제 근로시간이 변하지 않는다면 자연히 초과근로수당이 늘어나지만 전체적인 임금수준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초과근로수당 증가분만큼 연월차 수당이 깎일 수 있다.

여성의 생리휴가는 유급에서 무급으로 바뀐다. 또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권했는데도 휴가를 가지 않으면 휴가수당을 요구할 수 없다.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5일 근무제 도입 후 3년간 초과근로 상한을 주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확대하고 초과근로수당 할증률을 현행 50%에서 주당 첫 4시간에 한해 25%로 낮춰 평일 근로조건은 악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근로자 ‘부익부 빈익빈’ 심해질 듯=대기업과 중소 영세기업 근로자간의 ‘삶의 질’은 격차가 커질 전망이다. 상시근로자 1000명 이상 대기업은 2004년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지만 20명 미만 사업장은 7년 뒤 시행되기 때문.

노동계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대기업 근로자는 ‘주5일 아빠’, 중소기업 근로자는 ‘주6일 아빠’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노조의 교섭력 차이에 따라 근로조건에도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은 ‘최저 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의 힘이 세면 현대자동차처럼 얼마든지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가 합의하면 법이 정한 주5일 근무제 시행시기를 앞당길 수도, 휴가 임금 등 근로조건을 조금도 악화시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노조가 아예 없거나 약한 사업장의 근로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로 달라지는 주요 근로조건 현행도입시법정 근로시간주당 44시간주당 40시간연월차 휴가·월차:월 1일
·연차:1년 근속시 10일
이후 1년당 1일 추가
1년 미만 근속자는 없음·월차 폐지
·연차·15∼25일:1년 근속시 15일
이후 2년당 1일 추가
1년 미만은 1월당 1일휴가사용
촉진방안없음사용자가 적극 권유했는데도 근로자가
쓰지 않으면 수당 지급의무 면제생리휴가월 1일. 유급무급화탄력적 근로
시간제1개월 단위
(1일 12시간, 주 56시간
한도)단위기간 3개월
(하루 12시간, 주 52시간 한도)초과근로
상한선주 12시간3년간 한시적으로 16시간초과근로수당
할증률50% 가산임금 지급3년간 한시적으로 주당 첫 4시간에
대해 25% 적용임금보전해당 없음기존의 임금수준과 시간급 통상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함

주요국의 휴일-휴가일수 (단위:일) 한국
(현행)한국
(주5일시)일본영국독일프랑스대만미국주 휴일5210410410410410478104공휴일17 15 15 89∼12 1122 10

월차12-------연차10∼20+α15∼2510∼202424307∼301∼7주계91∼
101+α134∼
144129∼
139136137∼
140145107∼
130121∼
163자료:노동부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이미 시행 406곳은…▼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사업장에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노동부가 상시근로자 100명 이상 사업장 5367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 1월 현재 매주 토요일에 쉬는 사업장만 해도 406곳(7.6%)에 이른다.

그러나 시행 형태는 각양각색이다.

지난해 주5일 근무를 시작한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은 대부분 토요일에 쉬는 대신 연월차 휴가를 깎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주당 근로시간은 4시간 줄었지만 그만큼 휴가가 깎여 실제 근로시간은 변함이 없다.

일부 외국기업과 9월부터 주5일 근무를 전면 실시하는 현대자동차 등은 휴가나 임금 등은 그대로 둔 채 주당 근무시간만 40시간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근로자로서는 최선. 이 밖에 평일 근무시간을 늘려 토요일에 쉬는 사업장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주5일 근무 형태는 점차 법에 맞도록 바뀌게 된다.

법 부칙 4조가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만료 여부를 불문하고 이른 시일 안에 법 개정사항을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무늬만 주5일 근무제’인 사업장의 근로자는 상당한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근로자의 입장에서 볼 때 법보다 훨씬 나은 조건으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에서는 사용자가 이 부칙조항을 근거로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노사간 마찰이 일 전망이다.

노동부는 “법 개정사항을 반영하도록 한 부칙 조항은 선언적인 것으로 어겨도 아무런 벌칙이 없으며 기존 단협 변경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