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는 입장할 수 없다고 소개해 주십시오.”
28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신영옥 출연 ‘리골레토’의 소식을 기자에게 알려준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왜죠?” “제작 관계자에게 물어 보시죠.” 제작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 대답은 다소 놀라웠다.
이번 공연 무대는 2001년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신예 연출가 데이빗 맥비커 연출의 ‘리골레토’를 들여오는 것. 당시 맥비커는 1막에서 파격적인 연출로 화제를 낳았다. 원작에서 화려한 연회로 설정된 1막 장면을 맥비커는 난교(亂交)파티로 연출해냈다. 나체의 남녀들이 뒹구는 이 파격적인 무대는 영국 BBC TV에서 방영될 때도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면을 서울 무대에서 그대로 재현한다는 설명이었다.
“여성은 가슴을 가리겠죠? 타이즈는 신겠죠?” “아닙니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 공연 당시 ‘공사’(가리는 것)는 전혀 없었습니다.”
“심의에서 문제되지 않을까요?” “글쎄요, 오페라의 경우 ‘사후심의’를 합니다. 다만 사회정서상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연출가에게 ‘가리자’고 떠보았죠. 그러나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현장 연출가가 입국하는 대로 다시 논의해볼 생각입니다.”
“신영옥씨는?” “하하, 벗는 사람은 8명의 엑스트라들이죠. 주연급은 벗지 않습니다.”
오페라 팬이라면 ‘리골레토’ 1막의 화려한 무대가 실제로 난교파티를 암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동안 무대 위에 올려진 ‘사교파티’는 원작의 자극성을 의식적으로 둔화시킨 결과다. 그렇다면 맥비커의 새 연출은 ‘원작정신’의 복원? 아니면, 자극적인 소재로 ‘떠’보겠다는 젊은 예술가의 ‘발칙한 장난’일까.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